산업 산업일반

'올려라' VS '최소 동결'...중국산 유입에 후판값 신경전

홍요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9 16:31

수정 2024.05.19 16:31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선박 건조용으로 쓰이는 후판이 생산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선박 건조용으로 쓰이는 후판이 생산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 추이
(t)
2021년 1분기 2022년 1분기 2023년 1분기 2024년 1분기
4만 10만9000 29만 33만4000
(한국철강협회)

[파이낸셜뉴스] 조선업계과 철강업계가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중국산 저가 후판 유입량이 급증한 게 가격 협상을 한층 꼬이게 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넘쳐나는 중국산보다 국내산 후판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 최소 동결을 주장하는 한편, 철강업계는 실적 악화 속에 연이은 가격 인하는 어렵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中후판 급증, 조선사 협상력 높아져

19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올 상반기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호황기를 맞아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조선사와 불황이 이어지며 실적 개선에 목마른 철강사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은 장기화되고 있다.

후판은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는 필수 자재로 조선사와 철강사의 가격 협상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진행된다. 상반기 협상은 통상 3월말~4월초에 마무리된다.

올해에는 값싼 중국산 후판 유입량이 대폭 증가해 조선사들의 후판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국내로 수입된 중국산 후판은 전년보다 15% 증가한 33만4000t으로 집계됐다. 3년 전과 비교하면 수입 물량은 8배 이상 폭증했다. 중국이 내수 부진으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면서 생긴 현상이다.

철강업계 "원가 부담 반영해야"
중국산 유입 등으로 조선업계는 후판가격 동결이나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원가 절감에 유용한 중국산 후판을 두고 비싸게 국산 후판을 구매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중국산 후판은 t당 70만원 후반 수준으로, 국산 철강재가 90만원 후반대 가격을 형성하는 것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긴 불황에서 조선사들이 이제 막 흑자전환돼 원가 비중이 높은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또 다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인상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적자폭 확대를 막기 위해 가격 인상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산업용 전기료가 킬로와트시(kWh)당 31.7원 인상되는 등 인건비와 함께 원가 부담이 늘어나 반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철강업계는 전기료가 kWh당 1원 오르면 연간 2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하반기 후판값 소폭 인하로 철강업계가 한 차례 양보한 만큼, 이번에는 흑자를 내고 있는 조선사들이 한발 물러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재를 이용한 조선사들의 가격 인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며 "모두가 어려운 현실에서 양 업계가 서로 양보하며 원만한 협상을 통해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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