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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만 왔으면…" 관광세로 빗장 건 유럽, 수요통제가 답? [글로벌리포트]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9 19:34

수정 2024.05.19 20:56

'숙박비 결제시 추가' 관광세 유럽서 활발
年800만명 찾는 바르셀로나 1박 4783원
올림픽 개최 앞둔 佛도 200% 인상하기로
부탄, 환경보호 차원으로 세계 최초 도입
발리·태국 등 입국시 관광세 붙는 경우도
'과잉관광' 베네치아 당일치기도 징수
"도시를 놀이공원으로 바꾸는 행위"
주민 500여명 광장서 입장료 반대 시위
전문가들 "세금보다 관광객수 조절해야"
네덜란드 年숙박 2000만건 제한하기도
지난달 25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현지 주민들이 도시 입장료에 반대하는 행진을 하는 가운데 관광객들이 곤돌라에 탑승해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지난달 25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현지 주민들이 도시 입장료에 반대하는 행진을 하는 가운데 관광객들이 곤돌라에 탑승해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 뉴스1

관광객이 너무 몰려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소음공해 등으로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 피해를 겪는 세계 주요 관광지에서 올해 휴가철을 앞두고 관광객을 줄이기 위한 특단에 대처에 나섰다. 과거 2010년대에 불만을 제기했던 현지 주민들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잠깐 평화를 누렸지만, 이후 인파가 다시 폭증하는 가운데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유엔 산하 유엔관광청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세계 해외 여행객 숫자가 약 13억명으로 팬데믹 이전(2019년) 관광객의 88%였다고 밝혔다. 관광청은 올해 해외 여행객 숫자가 역대 최고치(약 15억명)였던 2019년 대비 2% 늘어나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관측했다.

■관광세 확산, 숙박 상관없이 돈 내

주요 관광 국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관광객 억제 수단은 주로 숙박비 결제시 추가하는 관광세다.

관광세 도입이 가장 활발한 곳은 유럽이다.
지난 2017년 영국 인디펜던트 신문이 선정한 '관광객을 싫어하는 8개 관광지' 가운데 4곳이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유럽이다. 약 160만명의 거주하는 도시에 연간 700만~8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바르셀로나는 2012년부터 숙박비에 관광세를 부과했으며 올해는 1인당 1박에 3.25유로(약 4783원)를 받기로 했다. 내년에 더 올릴 계획이다.

이탈리아, 독일, 그리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크로아티아, 체코, 불가리아, 헝가리, 스위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도시마다 다른 관광세를 받는다. 올해 올림픽을 개최하는 프랑스에서는 관광세를 지난해보다 200% 올려 호텔 유형에 따라 1인 1박당 0.75~15유로를 받기로 했다. 객실당 숙박료의 7%를 관광세로 부과했던 네덜란드는 올해부터 세율을 12.55%로 인상했다. 포르투갈의 어촌 마을 올량과 영국 맨체스터는 지난해부터 관광세를 도입했고 스페인 발렌시아와 포르투갈 포르티망은 올해부터 관광세를 적용했다.

관광세는 유럽 밖에서도 흔하다.

부탄은 1991년에 환경 보호 차원에서 세계 최초로 관광세를 도입했다. 일본은 2019년부터 '국제 관광 여행세'를 도입해 외국인 여행자들이 출국할 때 1000엔(약 8709원)을 걷는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 교토, 가나자와 등에서는 해당 여행세와 별도로 숙박료에 세금을 붙인다. 내년 4월에 일본 엑스포를 개최하는 오사카 지역 당국은 지난달 전문가 회의를 열어 엑스포에 맞춰 외국인을 상대로 숙박세에 더해 추가로 세금을 걷는 방안을 검토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급격한 화폐 가치 하락을 겪고 있으며, 저렴한 환율을 노린 외국인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 방문 외국인 수는 지난해 약 2507만명으로 2019년의 80%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 3월 외국 방문객은 월간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308만명을 넘어섰다.

이외 미국 휴양지 하와이 역시 이미 숙박료의 10.25% 수준인 숙박세를 받는 상황에서 추가로 25달러(약 3만3937원)의 관광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올해부터 입국시 관광세를 도입했고 태국도 2022년부터 항공권에 관광세를 부과했다. 한국의 제주도 또한 지난해 '환경보전분담금'으로 불리는 관광세 도입을 논의했다.

과잉관광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숙박료에 세금을 붙이는 상황에서 '당일치기' 관광객에게도 돈을 받기 시작했다.

베네치아 당국은 지난달 25일부터 당일 일정으로 방문하는 외지인에게 1인당 5유로(약 7359원)를 입장료로 받았다. 해당 조치는 오는 7월까지 주말 및 공휴일을 포함한 여행 성수기 29일 동안 시행된다.

■돈으로 못 막아… 체계적으로 감독해야

베네치아의 입장료 징수 당일 온라인을 통해 방문 등록을 마친 사람은 약 11만3000명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입장료를 지불한 사람은 약 1만57000명에 불과했다. 약 4만명은 도시에 1박 이상 숙박을 잡아 숙박료에 붙은 관광세를 냈으며, 나머지는 학생 및 도시 주민의 친척 등 입장료 면제 대상이었다.

이날 약 500명의 베네치아 주민들은 시내 로마 광장에 모여 입장료 징수를 비난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시위 공동 주최자 페데리카 토니넬로는 "5유로는 사람들을 막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 시민 단체 '베네치아닷컴'을 이끌고 있는 마테오 세치는 "거의 도시 전부가 반대하고 있다"며 "도시 진입에 입장료를 받는 것은 도시를 놀이공원으로 바꾸는 짓"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시위 참가자들은 입장료 정책이 이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웨스턴시드니 대학교의 조셉 치어 지속가능관광학 교수는 지난달 미 경제매체 CNBC를 통해 "세금이나 요금은 관광객이 가격이 민감하다고 가정한 과잉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는 베네치아처럼 '일생에 꼭 한번 가야하는' 관광지로 불리는 장소에 적용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관광객을 멈추고 주민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정확한 금액을 알기 위한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 호텔 컨설팅업체 넥스트게스트의 맥스 스타르코프 창업자는 성수기 관광객을 억제하기 위해 항공사나 놀이공원에서 하는 것처럼 유명 관광지의 예약 체계를 하나로 묶어 수요와 공급에 맞춰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도시들은 세금 외 다른 방법을 병행하여 수요를 조절하고 있다. 한해 약 20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 당국은 지난달 성명에서 신규 호텔 건설을 제한하여 연간 관광객 숙박 횟수를 2000만건 아래로 규제한다고 밝혔다. 베네치아는 6월부터 단체 관광객 규모를 25명으로 제한하고 관광 가이드의 확성기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바르셀로나 또한 단체 관광객 규모 제한(20명) 조치 및 확성기 금지령을 내렸다.

이탈리아 피렌체는 지난해 신규 단기 주택 임대를 금지해 에어비엔비같은 주택 공유 서비스를 제한했다.
일본 중부 야마나시현은 지난 13일 발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후지산 등반로를 유료 예약 시스템으로 운영한다고 알렸다. 야마나시현은 지난달 후지산이 잘 보이는 편의점 인근에 관광객으로 인한 소란과 교통 법규 위반이 심해지자 가림막을 설치해 풍경을 가리겠다고 밝혔다.


치어 교수는 "과잉관광은 당국의 정책 실패와 무능한 관광 생태계 감독의 결과"라며 베네치아의 입장료 같은 조치가 수요 통제 보다는 이미 문제 있는 정책의 정점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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