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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 부족이 아닌 과잉의료가 문제"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3 18:03

수정 2024.05.23 18:03

의료대란 속 향후 바람직한 의대·전공의 교육 방향 확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 의료 이용의 문제점과 해법'을 주제로 미디어포럼을 개최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 의료 이용의 문제점과 해법'을 주제로 미디어포럼을 개최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의·정갈등이 넉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필수의료 분야의 전공 기피 현상과 지역의료의 붕괴가 의사 수 부족보다 의료 제도가 포퓰리즘에 이끌려 왔던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종훈 고려대의대 정형외과 교수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대한민국 의료 이용의 문제점과 해법'을 주제로 연 '제2차 미디어포럼'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미디어포럼은 의대 증원 문제로 인한 의료대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한민국 의료이용의 현실적인 문제점과 해법을 엿보기 위해 마련됐다.

박 교수는 "정부는 최근 쟁점이 된 필수의료 분야의 전공 기피 현상과 지역의료의 붕괴가 의사 수 부족에 기인하며 이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라 주장하지만, 우리의 건강보험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의사 수 부족이라는 주장보다 선행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에게는 의료 소비와 공급 사이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의료 제도가 포퓰리즘에 이끌려 왔던 탓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떠한 의료 시스템에서도 존재하는 의료 소비와 공급 사이에서 의료 필요도에 따른 통제가 우리에게는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방치하고 과잉 의료를 조장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첫째 발표자로 나선 이성우 고대의대 응급의학 교수는 '응급의료전달체계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응급의료종사자 뿐 아니라 의료계, 나아가 사회 전반의 지속적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응급의료는 ‘환자쏠림과 응급실 과밀화’, ‘감염병과 관련해 응급의료자원의 부족’, ‘필수의료 약화에 따른 최종치료 한계와 응급실 미수용’ 등의 현안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응급의료기관 종별과 의료기관 종별을 개념적, 제도적으로 일치시킨다면 응급의료와 의료전달체계의 융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뒤이어 발표자로 나선 울산의대 이상일 예방의학 교수는 ‘합리적 의료 이용을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향’에 대해 제언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이용 현황과 문제점은 국민들의 의료 이용 빈도가 높아 국내총생산 대비 의료비 비중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점,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점, 지역 사이에 의료이용 및 건강 격차가 크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앞으로 합리적 의료이용을 촉진하기 위해선 의료이용체계를 구성하는 공급자(의료인), 이용자(국민), 정부 및 보험자 측면에서 다각적인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주치의 제도 도입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 제공 모델을 통한 일차의료 분야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고, 일차의료기관들의 질 향상을 유도할 수 있도록 집중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임정기 미디어포럼 운영위원회 위원장과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가 공동 좌장을 맡았으며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 △민태원 국민일보 의학전문기자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지현 한국경제 기자가 토론자로 참여해 의료대란이 발생하기까지 의료전달체계에 과연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의 수립과 방향성에 대한 열띤 토의가 이어졌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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