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갈길 가는 중앙은행들' 글로벌 통화정책 탈동조화, 韓은 다르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5 17:48

수정 2024.05.25 17:48

美 연준보다 먼저 금리인하했거나 고려되는 국가는 상대적인 환율 안정, 물가 목표 근접, 부진한 경제 특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신중론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달 금리를 낮추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미국과 글로벌 주요국 간 통화정책 탈동조화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미 연준에 앞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환율이 안정돼있고 물가 목표에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한은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연준 통화정책과 차별화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 이후인 '10월' 금리 인하설이 나오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 "언제 내리나" '금리인하 눈치작전'

25일 증권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뒤로 밀리는 가운데 ECB는 다음 달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아일랜드 RTE One 방송 인터뷰에서 "지표가 중기 인플레이션 2% 달성 확신을 강화한다면 다음 달 6일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6월 0.25% 포인트(p) 금리인하를 시작해 9월과 12월에도 인하를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스위스 중앙은행도 시장 예상을 깨고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8일에는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가 8년3개월 만에 금리 인하에 나섰다. 이 두 나라를 포함해 지금까지 헝가리, 칠레, 브라질 등 11개국이 미 연준에 앞서 금리를 내렸다.

이처럼 금리 인하를 단행한 국가들은 △환율 안정세 △물가 목표치 근접 △지난해보다 부진한 경제 등의 공통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를 인하했거나 인하에 나설 조짐을 보이는 국가들의 특징은 (팬데믹 이전 대비) 환율이 절상되었거나 다른 국가들에 비해 환율 절하 폭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며 "또한 디스인플레이션 속도가 조금 더 빨라서 올해 중에 물가 목표치에 도달하거나 안착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로존은 물가 목표 달성에 상당 부분 근접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2.4%, 근원물가 상승률은 2.7%로 나란히 2%대를 기록했다.

스위스와 스웨덴도 물가상승률이 1%대 떨어졌거나 역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스위스의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1%, 4월 1.2%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성장률은 지난해 4·4분기 전년동기 대비 0.6%로 6분기 연속 0%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지난 3월 물가상승률이 4.1%로 물가목표치(2%)보다 높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올해 1·4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1.1%로 4분기 연속 역성장이다.

전문가들 "환율변동성·성장세에 韓 탈동조화 쉽지 않아"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미국 통화정책과 탈동조화 하기 어려운 국가에 해당된다.

가장 큰 부분은 역시 환율이다. 지난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7.1원 오른 1369.5원에 마감했다. 올들어 5% 넘게 절하됐다. 경제성장률도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물가상승률 둔화세는 아직 미약하다. 실제 한은은 지난 23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2월 대비 0.4%p 대폭 상향 조정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월과 같은 2.6%로 제시했다.

정용택 연구원은 "원화는 일본보다는 절하 폭이 낮지만 올해 가장 많이 절하된 통화로 볼 수 있고 이로 인한 부담도 크게 늘어나 한국은행이 당연히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가 상승률은 미국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변화(둔화) 폭이 상당히 완만하고 성장률은 다른 지역 대비 지난해보다 상향 폭이 큰 나라에 속한다"며 "한은 금리 인하에 대한 갑론을박이 향후 더 거세지겠지만 금리인하가 미 연준보다 앞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연준과 차별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 총재는 지난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기계적으로 미국에 따라서 간다는 얘기를 논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미국 통화정책이 변함에 따라서 환율시장에 주는 영향, 자본 이동성에 주는 영향 또 그로 인해서 우리 국내 시장이 받는 영향을 고민하면서 통화정책을 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짙어질 때 한은이 금리 인하에 즉각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페드워치(CME)에 따르면 현재 연준의 9월 인하 가능성은 절반보다 조금 높은 60% 전후다.

시장에서는 고환율과 자본 유출 우려에 연준의 금리 인하 후인 4·4분기에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미국은 9월과 12월 금리를 낮추고, 한은은 연내 1회로 10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렵다"면서 10월 인하를 전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