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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번주 홍콩ELS 배상 협의 본격화…H지수 반등 '변수'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6 14:27

수정 2024.05.26 14:27

KB 6300여건 협의 시작
신한 820건 합의·농협 600건 타결 임박
8월 이후 비(非) 녹인 ELS H지수 6500 넘으면 손실 0
홍콩ELS사태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4월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피해를 야기한 금융기관과 임원, 전 금융위원장 등 180인 고발 및 전액배상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ELS사태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4월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피해를 야기한 금융기관과 임원, 전 금융위원장 등 180인 고발 및 전액배상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주요 시중은행과 투자자 간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협의가 본격화된다. 은행권의 계획대로 협상이 진행되면 이번 상반기 내로 수천 명의 배상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다만 투자자 가운데 여전히 전액 배상을 요구하며 분쟁조정이나 소송을 고려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홍콩H지수 반등에 따라 손실·배상 규모가 함께 축소될 가능성도 있어 은행과 투자자 모두 지수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은행권 배상 협의 속도내나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7일부터 지난 1월 만기 도래한 6300여 건의 ELS 손실 확정 계좌(중도해지 포함)를 대상으로 자율배상 협의를 시작한다.

관련 위원회에서 만기 도래 순서에 따라 계좌별 배상 비율을 확정한 뒤 KB국민은행 본사가 해당 고객에게 자율배상 조정 절차와 방법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다. 이후 영업점 직원이 개별 고객을 대상으로 유선전화로 다시 안내한다.

하나은행도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다수의 고객과 협의·조정에 들어간다. 하나은행은 매달 격주 배상위원회를 열어 배상을 완료할 계획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자율배상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관련 전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은행권에서 가장 배상 협의 속도가 빠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3일까지 배상 협의 820건을 마치고 이번 주에는 합의 사례가 1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도 이번 주 수백 건의 자율배상 성사를 앞두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21일 손실 고객을 대상으로 자율배상 조정 신청을 받기 시작한 뒤 모두 667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배상 비율에 이의를 제기한 69건을 제외한 598건의 경우 이르면 이번 주 중 배상금 지급과 함께 조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상 협상이 본격화됐지만 배상 비율이 낮은 고객 가운데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어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월 이후 6500 넘으면 손실 '0'
최근 6600선까지 회복한 H지수가 은행·투자자 간 ELS 손실 배상 협의의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상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녹인(knock-in)' 조건이 붙은 ELS의 경우 현재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 녹인 조건이 없는 ELS의 경우 65%를 각각 넘어야 이자(이익)를 받고 상환할 수 있다.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 손실이 나더라도 가입 당시 지수 대비 하락률이 곧 손실률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기 시점 지수가 높을수록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실제 대부분 '비(非) 녹인' ELS를 판매한 A 은행의 지난 2월 손실률(손실액/만기도래 원금)은 53.89%였지만 이달 손실률은 37.12%까지 하락했다. 5대 시중은행이 당국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시하는 자율배상액이 일반적으로 손실액의 40% 안팎인 만큼, 앞으로 H지수가 다시 급락하지 않는다면 각 은행의 배상액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오는 8월 이후부터는 H지수가 6500선만 넘어도 만기 도래하는 5대 은행 ELS에서 거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1년 8월 이후 H지수가 급격히 떨어져 만기 시점의 이익 분기점(배리어)도 그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H지수 반등에 따라 3년 전에 가입했지만 이익을 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에서는 지난 13일 가입자 11명의 H지수 ELS가 3년 만에 9.9%(연 3.3%)의 수익을 확정하면서 상환됐다. 가입 당시 H지수가 1만399.99, 최종 이익 배리어가 6720.99(65%)로 만기 시점 지수(6761.64)가 이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현재 6600대로 떨어진 H지수가 6700선을 회복하고 6800에 근접하면 당장 내달부터 녹인 조건이 없는 H지수 ELS 만기 도래 계좌는 모두 이익 상환될 가능성도 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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