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稅혜택 등 유인책 없다"… '밸류업' 공시 망설이는 상장사[기업 밸류업 공시 시작]

이주미 기자,

최두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6 19:06

수정 2024.05.26 19:06

목표 미달 불이익 없어도 '부담'
'공수표 기업' 낙인 찍힐 우려도
상장사들이 제출하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에는 목표 주가순자산비율(PBR), 배당성향 등이 구체적인 수치로 기재돼야 한다. 특히 계획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사회 결의를 권고했고 이를 기재하도록 했다.

밸류업을 기업 자율에 맡겼지만 명시적인 목표 설정과 이사회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는 포석이다. 다만 상장사들은 세제 인센티브 중심의 실질적인 혜택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시 참여를 망설이는 분위기다.

■정량적 목표 제시해야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업가치 제고계획은 일시적인 개선이 아닌 중장기적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야심 차면서도 달성 가능한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업들은 가치 제고를 위한 목표를 계량화된 수치로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PBR이나 주가수익비율(PER)은 구체적인 숫자와 달성 시점을 제시하고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의 경우 배당성향, 소각 규모 등을 정량적으로 표기하도록 했다.

중장기적 주주환원 관련 계획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향상계획 등도 구체적인 숫자가 기재돼야 한다. 각 기업들의 밸류업 목표가 명료하게 제시되면서 투자판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로 불가피하게 목표를 바꿔야 할 때는 수정이나 보완도 가능하다. 이 경우 무조건 정정공시를 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내부결제나 이사회 결의 등의 의사결정이 이뤄질 땐 정정공시를 해야 한다.

그간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이사회의 역할이 강조된 가운데 이번 확정안에서도 이사회 참여가 다시 한번 권고됐다. 반드시 이사회의 결의 등을 거칠 필요는 없으나 제고계획에 이사회가 참여할 경우 별도로 기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계획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또 지배구조 개선 부분에서는 '주주제안·공개서한 프로세스의 구축 및 안내' '소유·지분구조 변동 시 반대주주 권리보호 장치' 등이 주요 예시로 안내됐다.

■상장사들 "세제 인센티브 필요"

밸류업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상장사들은 기대보다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특히 규모가 작은 코스닥 기업들은 대기업의 공시 여부나 인센티브 등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상반기 안에 기업가치 제고계획과 관련한 공시를 진행할 계획이 없다"며 "아직 세제 인센티브 지원방안이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센티브가 확정된 이후 공시 시행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보기술(IT) 업종의 코스닥 기업 관계자도 "공시 혜택 등을 준다고 하니 관심은 갖고 있지만 자율공시라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대기업이 먼저 시작하면 시장 반응이나 레퍼런스 등을 참고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상장사는 일명 '공수표만 날리는 기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의 경우 단순히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는 불성실 공시에 해당되지 않아 불이익은 없지만 공시를 냈다가 지키지 못하면 기업이미지는 외려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다른 코스닥 기업 관계자는 "변동성이 큰 업종이라 PER, PBR 등 목표지표를 어떻게 잡을지도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 수치를 목표로 한다고 해도 미래 결과치와 큰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짚었다.


인공지능(AI) 전문기업 관계자는 "주주환원 정책 등 공시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에게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비치거나 밸류업 부분에서 다른 기업에 비해 소극적으로 보일까 걱정"이라며 "자율공시지만 지키지 못하면 근거 등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바로 공시를 시행하기엔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최두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