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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가 불러온 월세열풍에...‘신용카드 월세 시장’ 급부상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7 16:47

수정 2024.05.27 16:47

올해 1분기 수도권 빌라 임대차 시장서 월세 거래량 54.1%
2011년 이후 역대 최대
임차인 주거부담 완화 및 임대인 월세체납 우려 해소 취지서
신용카드 월세 납부 서비스에 이목 쏠려
다만 여전법상 개인 간 카드거래 근거 부재
제도적 근거 마련 목소리 높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주택 밀집지역 모습. 전세사기에 대한 공포로 내림세였던 빌라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이 다시금 오르고 있다. 뉴시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주택 밀집지역 모습. 전세사기에 대한 공포로 내림세였던 빌라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이 다시금 오르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빌라·오피스텔 등지에서 대거 발생한 전세사기 여파로 올해 1·4분기 수도권의 소형 빌라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하루살이' 청년층의 주거부담과 집주인의 월세 체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신용카드 월세 납부 서비스가 부각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세사기 영향으로 월세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1·4분기 수도권의 전용면적 60㎡ 이하 빌라(연립·다세대) 전월세 거래량 5만891건 중 월세 거래는 2만7510건으로 전체의 54.1%를 차지했다. 이는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1·4분기 기준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당장 확보한 현금이 없더라도 신용카드로 월세를 낼 수 있도록 한 서비스에 관심이 쏠린다.
2019년 11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신한카드의 '마이 월세' 서비스가 대표적으로, 그동안 현금이나 계좌이체로만 납부하던 개인 간 부동산 임대차 계약에 따른 임대료를 월 200만원 한도에서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카드와 삼성카드, 우리카드도 비슷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납부 수수료는 월세의 1% 수준으로 월세결제대행서비스인 홈스페이나 단비페이 등보다 낮다.

신용카드 월세 납부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임차인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임대인은 안정적인 월세 수취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향후 시장 활성화 가능성이 높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득이 부족한 청년층이나 소상공인 등 월세 부담이 있는 계층이 신용카드로 월세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지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월급일보다 월세 납부일이 먼저 도래하거나 한 달 벌어 한 달 살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며 "(월세 납부를 위해) 현금서비스를 받을 경우 훨씬 수수료 부담이 높아지므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이전에는 임차인이 월세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집주인의 확인을 받아야 했지만, 신용카드 월세 납부 서비스를 이용하면 카드 소득공제를 받기 수월해진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자동이체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월세를 내라고 매번 따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으며, 카드납부 활성화에 따른 개인 간 임대거래 내역의 투명화 또한 기대할 수 있다.

신용카드 월세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의하면 사업자가 사업자 등록을 하고 가맹점 계약을 체결해야 카드 결제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집주인과 세입자 간 카드 결제를 허용했지만, 개인 간 카드 거래에 대한 여전법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업계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확장하기가 다소 조심스럽다는 설명이다. 아직 개인 간 신용카드 월세 납부 구조지만, 기술이 발달할 경우 모바일 거래 등 변형된 형태의 결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결제 대상의 범위 확대 필요성이 제기된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관련 사안을 눈여겨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개인 간 카드 거래가 현행법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여러 수요가 있는 상황이라 혁신금융서비스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당국은 카드깡(불법 현금 융통) 등 부작용 우려도 충분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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