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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쟁에 밀린 민생법안, 이대로 폐기하고 말텐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7 18:09

수정 2024.05.27 18:09

고준위법 K칩스법 등 줄줄이 뒷전
최악 21대 국회 마지막 할일 찾길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원들이 회의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원들이 회의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시급한 경제 현안을 담은 민생법안이 줄줄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21대 국회 임기는 29일 끝난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하는 법안은 일제히 자동 폐기된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법안은 1만6390여개에 이른다.
지체하면 향후 경제적인 피해와 막대한 후유증이 예고된 법안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여야는 소모적인 공방과 극한 대치로 21대 국회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러니 3류, 4류 정치 비판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고준위방폐장 특별법은 여야 합의로 극적 통과가 기대됐으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막판에 반기를 들면서 제동이 걸렸다.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할 영구처분장과 중간저장시설 등을 건설하는 것이 법안 골자다. 대체 저장공간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순차적으로 원전 가동이 중단돼 전력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국가 장기 에너지 운용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인데도 정치권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반도체 지원 세액공제 연장을 골자로 한 K칩스법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이 반도체 등 국가전략시설에 투자하면 15% 세액공제를 적용하는데 이 지원이 올해 말이면 끝난다. 반도체산업이 국가대항전이 되면서 세계는 반도체 보조금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자국 기업을 키우고 시설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지원책은 다 쓰고 있는 것이 지금 현실이다. 기존 세제지원이라도 유지하는 것은 최소한이지 않은가.

시대착오적인 대형마트 규제도 말할 것 없다. 지자체들이 산발적으로 의무휴업 족쇄를 풀고 있지만 법적으로 규제그물을 제거해야 시장 전체가 활력을 가질 수 있다. 마트 발목을 잡아 전통시장을 보호하겠다는 정책은 시작부터 잘못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알리, 테무 등 중국 거대 온라인 쇼핑몰의 파상공세로 국내 유통업이 벼랑끝에 몰린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골자로 하는 AI기본법, 온라인 법률 플랫폼의 과도한 규제를 덜어주는 로톡법,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한 의료법 개정안 등도 다 같이 폐기될 처지다.

거대 야당은 이런 시급한 법안은 내팽개치고 무리한 법안 강행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른바 채 상병 특검법, 양곡관리법, 농수산물가격안정법 등이 해당된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거나 정부 재정부담이 지나쳐 논란이 상당한 법안들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런데도 28일 본회의에서 일괄 처리하겠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급박한 시간에 여당도 제 역할을 못하긴 마찬가지다. 연금개혁을 윤석열 정부 핵심과제라며 개혁 당위성과 필요성을 수도 없이 강조했으면서도 정작 야당이 법 개정을 압박하자 발을 뺐다. 구조개혁을 동반한 일괄 개혁만 고집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1대 국회가 입법 발의한 법안 수는 2만5844건에 이른다. 역대 최다 입법 발의 기록이다. 그런데도 가결률은 17대 국회 이후 최저인 11%에 불과하다. 여야 할 것 없이 요란하게 입법 생색만 냈을 뿐 끝까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말로는 일하는 국회를 외치면서 정작 한 일은 정쟁과 지지층 다지기 말고 없었던 게 아닌가. 21대 국회는 최악 무능국회로 불린 20대 국회보다 더 최악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우리 정치권은 이런 기록 경신밖에 할 수 없다는 게 서글프다.
남은 마지막이라도 할 수 있는 최선을 여야가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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