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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전문가의 입바른 말과 입에 발린 소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2 19:49

수정 2024.06.19 07:52

이소영 동화작가
이소영 동화작가
'대나무 대롱의 좁은 구멍으로 하늘을 살피다'란 옛말이 있다.

하늘은 넓고 광활한데 이를 좁은 구멍으로 살피는 것이니 당연히 전체적인 진실이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게 된다. 정보량이 많지 않았던 옛날에야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해 보라는 것이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초과하는 정보과잉인 현대에는 적절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디지털의 발달로 뉴스 매체들은 24시간 계속해서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뉴스에는 새로운 소식도 있지만, 일정 기간 변주하듯 같은 주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쏟아붓기식 내용도 있다. 이는 중요한 정보와 덜 중요한 정보 사이의 구분을 어렵게 만들고,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복잡하게 한다. 자주 노출되는 정보를 중요하게 생각해 좀 더 깊이 알아보려고 하면 마치 소나기가 지나간 듯 뉴스들이 사라져 결과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모든 정보를 철저히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정보의 중요도도 문제지만 진위 여부도 매일반이다.

2018년 '사이언스(Science)' 저널 커버스토리에는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6배까지 더 빨리 전파되고, 약 70% 더 많이 리트윗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소로우시 보수기와 뎁 로이가 가짜 뉴스가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문제를 연구한 결과인데, 이유는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더 놀랍고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보의 양이 방대하고, 출처가 다양하며, 정보의 신뢰성이 일관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정보가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다량의 정보는 결정 내리기를 어렵게 하는 결정마비 상태를 만들고, 지속적인 정보의 홍수는 피로감으로 정보회피 현상을 초래한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견해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이 또한 만만하지 않다. 누가 전문가인지 구별하는 안목이 필요하고, 전문가들이 언제 입바른 말을 하고 언제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지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인터넷 발달로 누구나 쉽게 의견을 공유할 수 있고, 다양한 정보가 혼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종종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전문가의 말보다 쉽고 친근한 비전문가의 말이 재미있고 솔깃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는 대중의 인기를 끌기 위해 소통이란 명목으로 우스갯소리를 하거나 내용 없는 빈껍데기의 입에 발린 소리를 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언제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걸까.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에 유명했지만 지금은 무용한 정보를 전한다. 특정 집단에 좋게 보이려고 정보의 일부만 사용하거나 확대해석한 왜곡된 사례를 사용한다.

자신의 경력을 보호하려고 불만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피드백만 한다. 정치나 외교 분야에서 갈등을 피하려고 듣기 좋은 정보만 편집해 전달한다. 이러한 말들은 겉으로는 좋게 들리는 입에 발린 소리로 당장은 안심하고 안정을 가져올지 모르지만 조만간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전문가는 중요한 사안에 등장하고 사람들은 기분을 맞춰주는 입에 발린 말보다 옳고 그름을 가늠하는 진실을 듣고자 한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하고 지식과 경험을 쌓는 부단한 노력과 공식적인 인정을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 전문가라면 자신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 사회적 책임감을 현념해서 당장은 상황에 따라서 듣기 싫을 수 있지만 원칙을 지키는 입바른 말을 해야 한다.
그래서 대나무 대롱으로 보는 하늘 대신에 전체를 조망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전문가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이소영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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