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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칼럼]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명품 관세행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6 18:00

수정 2024.06.16 18:00

고광효 관세청장
고광효 관세청장
고광효 관세청장
명품이란 무엇인가. 통상적으로 기업의 고급화 전략에 의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고가의 물건을 일컫는 말인데, 진짜 명품의 사전적 정의는 ‘오랜 기간 사람들로부터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아 이름난 물건’을 말한다. 우리는 물건만이 아니라 모든 뛰어난 것들에 명품이란 표현을 종종 붙이곤 한다. 필자는 관세청장으로 부임 후 국내외에서 각국 관세행정의 대표자 또는 대사 등을 만날 때마다 우리 관세행정이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어떠한 물건이 명품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 물건의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디지털 강국인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자체 개발한 한국형 전자통관시스템 '유니패스(UNI-PASS)'는 전 세계적으로 모두 14개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주요국들은 앞다퉈 유니패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유니패스를 도입 중인 탄자니아, 가나 등에서 통관소요시간 단축, 세수 증가 등의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관세청이 아프리카 10개국 관세행정 최고책임자를 초청해 개최한 '고위급 무역원활화 세미나'는 유니패스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큰 관심을 느낄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한편 올해 5월에 열린 '제10차 한-호주 관세청장회의'에서는 호주 측의 요청으로 우리의 인공지능(AI) 위험관리 모델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호주와 같은 선진국에서도 우리의 첨단 기술 도입 현황을 궁금해한다는 사실에 우리 관세행정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품질만 좋다고 모두 명품이 되는 건 아니다. 명품의 또 다른 특징은 선도적으로 그 분야의 트렌드를 이끈다는 점이다. 우리 관세청은 세계관세기구(WCO)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으며 국제 관세행정을 선도해 왔다. WCO 내 핵심 회의체인 원산지기술위원회의 의장직을 맡아 전자원산지증명서(e-C/O) 국제 표준 마련과 국제우편 신고서 개정을 주도해 왔다. WCO 내에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비견되는 중요한 직위인 '정책위원국'과 '재정위원국'을 10년 연속으로 수임하고 있으며, 올해 4월에 있었던 ‘WCO A/P 지역 관세청장회의’를 통해 다시 한번 연임에 성공하게 됐다. 이는 WCO 회원국들로부터 우리가 국제 관세행정 분야의 선도자임을 인정받은 결과물이며, 이를 통해 우리 스스로 우리 관세행정의 국제적 위상을 새삼 체감할 수 있게 됐다.

행정은 상품 측면에서의 명품과 다른 점도 있다. 행정의 영역에서 상대국은 경쟁자이기보다는 상호발전을 위한 협력자다. 우리 관세청은 WCO의 아태지역 훈련센터(RTC A/P)로서 우리 관세행정을 배우고자 방문한 다양한 나라의 세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능력배양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참석한 '제20차 한-아세안 관세청장회의'에서 아세안 측으로부터 우리가 그동안 해온 능력배양 교육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달받았을 때, 우리가 아시아 관세행정 분야의 발전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이달 27일에 벨기에 WCO 본부에서 열리는 WCO 총회 참석을 준비하고 있다. WCO 총회는 186개 회원국의 관세행정 최고책임자가 참여하는 WCO 내 최고 의사결정 회의체로, 이번 회의에서 우리의 정책위원국, 재정위원국 동시 연임 확정과 국제우편 신고서 개정안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
필자는 이번 총회 참석이 관세청장으로서의 국제활동 중 정점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회의에서는 참가국 대표들과 국제 무역과 관세 협력에 대한 최신 주요 사안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WCO 총회가 국제사회의 '명품'으로서 한국 관세행정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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