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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원 컨틴전시 플랜] 미국 물가논쟁의 시사점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24 18:24

수정 2024.06.24 18:24

인플레이션 美대선 화두
상승률 안정만으로 부족
시장 구조개혁 동반해야
조창원 논설위원
조창원 논설위원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화두 중 하나로 '물가'가 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물가관리 실책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판하는 빌미가 됐기 때문이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은 높은 경제성장률에다 낮은 실업률 그리고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주식시장까지 전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다. 물가만 빼고 그렇다. 제아무리 일자리가 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도 물가가 높으면 국민들의 불만도 높다. 물가가 정치 여론에 미치는 임팩트가 이렇게 강하다.


미국 내 물가 논쟁으로 두 가지만 꼽아보자. 먼저, 물가를 판단하는 기준 논쟁이다. 사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9%대로 치솟았다가 최근 3%대로 안정 추세다. 물가상승률 추세로 보면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잡기에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 그런데 민심은 흉흉하다. 소비자들은 '물가상승률'보다 현재의 '물가 수준'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물가상승 속도가 빠르냐 늦냐에 관심을 갖는 건 경제지표를 관리하는 정부다. 소비자는 오히려 지금 가격이 예년에 비해 얼마나 높아졌느냐 낮아졌느냐를 따지는 절대 가격을 중요시한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국 제조업 육성책도 물가정책의 혼선을 낳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술통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정책으로 대중국 견제를 해왔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도 지난 5월 중국산 수입품 180억달러(약 24조8004억원) 규모에 대한 대규모 관세정책을 발표했다. 값싼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때리면 미국 소비자의 구매비용은 높아진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제시한 180억달러는 중국의 대미 수출액의 4%에 불과하다. 값싼 중국산 수입품에 대거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에 미칠 충격도 감안한 조치 아닌가 싶다.

트럼프 후보의 관세 공약은 더욱 과감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 부과뿐만 아니라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관세를 새로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 같은 관세정책이 실행될 경우 미국의 일반 가구에서 연 1700달러(약 236만원)를 더 부담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인플레이션이 더욱 가속화되는 '트럼프플레이션' 현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물가 논쟁은 최근 한국 상황과 닮았다. 한국 역시 물가상승률은 2%대의 안정 추세를 보인다. 이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시점이라는 주장과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이 맞선다. 이 과정에 물가상승률과 현재 물가 수준 개념이 충돌하고 있다. 물가상승 흐름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주장과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현재 물가 수준은 매우 높다는 반론이 충돌하고 있다.

당연히 물가상승률이 안정되고 물가 수준도 내리는 시나리오가 최상이다. 물가상승률이 안정되고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다면 차선책이다. 반면 물가상승률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면 최악의 상황이다. 소비자는 물가상승률이 안정화되고 물가 수준도 낮아지길 바란다. 그런 수준에 도달하려면 시장의 구조개혁밖에 없다. 누구는 이런 접근법을 탁상공론이라 비난한다.

그런데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겪은 과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미국에 가장 많은 상품을 수출한 국가는 멕시코다. 미국은 그간 자동차 부품이나 의류, 장난감 등 각종 공산품의 조달처를 중국이 아닌 멕시코나 유럽, 한국, 인도, 캐나다, 베트남 등으로 다변화했다. 멕시코는 미국과 인접해 육로 운송이 가능한 데다 임금 수준도 낮아 값싼 상품을 미국에 공급하는 국가가 됐다. 초기엔 물가상승이라는 부담을 겪었지만 글로벌 공급망 구조개혁을 단행하면서 서서히 물가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통화정책에만 기대어 물가를 대응하는 건 근시안적 접근이다. 물가는 시장 변화에 후행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과 시장의 유통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물가를 잡는 근본이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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