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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급증에 몸살앓는 日… "외국인은 입장료 더 내라" [글로벌 리포트]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30 19:27

수정 2024.06.30 19:28

교통 혼잡·쓰레기 무단 투기 등 늘어난 관광객에 현지인 불편 호소 日 이중가격제 설문 83%가 찬성 히메지성, 외국인 입장료 6배로 오사카, 숙박세 이어 관광세 검토 세계 최초 관광세 도입 베네치아 관광객 더 늘어 ‘실패한 정책’ 평가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최근 일본의 주요 관광지들이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후지산, 교토 등 일본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에서는 관광객 폭증으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불편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엔저(엔화가치 하락)로 촉발된 관광 산업이 제조업 강국 일본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찮은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관광세과 이중가격제 등의 물결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관광지에 몰려들면서 관광객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 마을에서 관광객들이 로손 편의점 뒤로 펼쳐진 후지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 마을에서 관광객들이 로손 편의점 뒤로 펼쳐진 후지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도 넘은 관광객, "오지 마세요"

후지산과 교토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후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250만명에 달했다.


늘어난 관광객 만큼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지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은 그보다 불편이 더욱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광객이 무단으로 사유지에 들어가 사진촬영을 하거나 자판기 주변에 설치된 페트병 수거함에 일반 쓰레기를 버리는 등 원주민의 일상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야마나시현의 한 로손 편의점은 건물 뒤로 후지산을 멋있게 담을 수 있는 사진 명소로 알려져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을 탔다. 해당 장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명해지면서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무단으로 투기하거나 주차장이 아닌 곳에 차량을 장시간 주차하는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사례가 날마다 반복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마을에서는 로손 편의점 뒤로 높이 2.5m, 너비 20m의 차단막을 설치해 아예 후지산을 가려버리는 강경책을 폈다.

후지산 인근에서 작은 숙박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매일 쏟아지는 관광객들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우리 마을은 원래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마을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특히 주말에는 마을 전체가 관광객들로 붐비고, 주차 문제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관광객들이 무단으로 우리 집 앞에 주차를 하거나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일도 잦아져 스트레스가 크다"고 토로했다.

일본의 천년 수도였던 교토는 연간 약 20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데 이 중 4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다. 지난 2월 교토시장 선거에는 오버투어리즘 대책 공약을 전면에 내새운 마쓰이 고지가 당선됐다. 유권자들이 관광으로 인한 피해 대책을 호소했고 표로 응답한 것이다.

교토시는 교통 혼잡 완화를 위해 시영버스 및 지하철의 임시 증편, 대형 수화물 보관소 개설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6월부터는 주말 및 공휴일에만 운행하는 관광특별버스를 도입했다. 지역주민들과 관광객이 이용하는 버스 노선을 나눠 동선을 분리했다. 특별버스 요금은 일반버스 요금의 약 2.2배인 500엔(약 4500원)이다.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인 "외국인은 더 받아도 돼"

일본에서는 관광객 급증과 맞물려 '이중가격제'도 속속 검토, 도입되고 있다.

일본에서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 받은 효고현의 히메지성은 외국인들을 상대로 자국인 입장료의 6배를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요모토 히데야스 히메지시 시장은 "(히메지성은) 7달러(약 9700원)면 들어갈 수 있는데 가격을 더 올릴까 생각하고 있다"면서 "외국인에게는 30달러(약 4만원)를 받고, 일본인은 5달러(약 6900원) 정도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히메지시는 수익금을 과도하게 관광객들이 몰려 주민의 생활 수준을 떨어뜨리는 오버투어리즘 대책 및 성 보수 작업에 충당할 계획이다. 히메지성은 지난해 입장객이 약 148만명이었다. 이 중 외국인 관광객은 약 30%인 45만여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최대 포탈 야후 재팬에서는 83%가 넘는 절대 다수가 이중가격 설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피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제2 도시인 오사카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계속될 것에 대비해 관광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내년 4월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로 오사카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광세를 도입할 것이란 계획이다.

오사카부는 2017년 1월부터 내국인, 외국인 상관없이 관광객에게 숙박세로 1박당 최대 300엔(약 2700원)을 부과하고 있다. 관광세 도입이 결정될 경우 오사카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숙박세와 관광세를 이중으로 지불해야 한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부지사는 방일 외국인 급증과 오버투어리즘에 대응할 필요성을 지적하며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공존공영을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관광객들에게 비용 부담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차 세계대전 당시 원폭 투하 현장에 평화기념관을 설치한 것으로 유명한 히로시마현의 오코노미야키 음식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지역주민들이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매주 금요일을 '현민의 날'로 지정, 외국인 관광객을 받지 않는 등 일반음식점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관광세 도입이 정답일까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외국인 관광세 도입이 꼭 성공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대표적으로 '물의 도시'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세계 최초로 도입했던 '도시 입장료'(5유로, 약 7400원) 정책은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베네치아의 도시 입장료는 지난 4월 말에 도입한 후 약 보름 동안 관광객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5월 19일 하루 7만명이 베네치아를 찾았다. 이는 공휴일인 지난해 6월 2일 공화국의 날(6만5000명)보다 많은 수준으로 현지에선 '처참하게 실패한 정책'이란 보도까지 나왔다.


이에 당국은 향후 입장료를 10유로(약 1만5000원)로 올리고, 입장권 없이 방문할 경우 최대 300유로(약 44만원)에 이르는 과태료도 부과할 방침이다.

일본에서도 후지산 편의점에서 가림막을 도입했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로마 같은 주요 관광 명소에서 오버투어리즘 대책으로 관광객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내 관광세 도입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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