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스트롱맨 시대, 그럼 우리는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1 18:36

수정 2024.07.11 18:36

김윤호 정치부
김윤호 정치부
'스트롱맨'의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냉전시대 군사동맹을 부활시켰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권위주의 진영 국가들을 규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오는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스트롱맨의 특징은 이른바 '톱다운' 협상 방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기 정부 당시 김 위원장과 정상 차원의 담판을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우방국들을 상대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직접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 국가들에 노골적으로 방위비 부담이 적다고 나무라며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권위주의 진영 국가들과 과감한 톱다운 협상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 정치권에선 특히 푸틴 대통령과 담판을 벌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안보불안만 커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트럼프식 협상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에서다. 미중 패권경쟁도 마찬가지로 트럼프와 시진핑이 마주하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식 협상이 정답이라는 건 아니다. 오히려 위험이 더 크다는 우려가 많다. 트럼프 1기 때 북미 정상회담은 '노딜'로 귀결되며 북한의 적대감만 키웠다. 트럼프와 푸틴·시진핑 간의 담판도 북미 노딜 꼴이 난다면 신냉전 구도는 짙어지고 민주주의 진영 우방국들의 신뢰를 잃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 말 그대로 온 세계가 각자도생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글 같은 스트롱맨 시대, 윤석열 대통령은 톱다운 외교를 헤쳐 나갈 준비가 돼 있을까.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며 외교지평을 넓히는 데 주력해 왔다. 윤 대통령은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각국을 누비며 각종 성과를 도출했다. 다만 이는 굳건한 한미동맹, 민주주의 진영 우방국들과의 연대라는 질서와 규범이 작동한 덕이 컸다. 변칙적인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의 '영업력'이 활약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당장 당면할 문제는 북한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지난 9일 서울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의 사전논의를 전제하긴 했지만 북미 양자대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빅딜'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윤 대통령도 스트롱맨으로서, 다만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

ukno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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