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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협력한 ‘코파일럿+ PC',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 ‘갤럭시 북4 엣지’를 사용해봤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던 ARM 기반 칩셋으로 윈도를 구동하는 이른바 암트북 또는 암도(ARM+윈도)북으로 불리는 제품군으로, 삼성전자가 2019년 ‘갤럭시 북 S’를 공개한 이래 무려 5년 만에 선보이는 ARM 기반 노트북이다.
‘갤럭시 북4 엣지’는 크기가 14인치, 16인치 2종으로 기자가 써본 제품은 16인치 모델로, 퀄컴 AI PC 프로세서인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X1E-84-100)’를 탑재했다. 기본 클럭 3.8Ghz, 최대 클럭 4.2GHz이며 중앙처리장치(CPU)는 퀄컴 오라이온, 신경망처리장치(NPU)는 45TOPS(초당 45조회 연산)를 지원한다.
화면은 WQXGA+ AMOLED 디스플레이(2880x1800)로 최대 120Hz 주사율을 지원해 선명한 데다 터치스크린을 제공해 사용이 편했다.
그동안 암트북의 단점이었던 호환성 문제는 많이 개선됐다. 지난 6월 삼성전자가 미호환 사이트를 공개한 뒤 개선에 나서면서 이제 대다수 은행, 증권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카카오톡, MS 오피스, 한글, 유튜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이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물론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 같은 디자인 프로그램이나 리그 오브 레전드(LoL) 등의 게임은 여전히 지원되지 않지만 차후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에서 기본으로 차지하는 램 용량이 적지 않은 것처럼 ARM 기반 노트북도 기본 메모리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파일럿+ PC’의 최소 요구 조건인 16GB 램을 장착한 ‘갤럭시 북4 엣지’는 기본적으로 9GB 정도는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노트북에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넣는데 이 제품에는 보통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eUFS 4.0 1TB를 적용한 것도 독특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이 제품의 최대 장점은 배터리와 발열, 조용함이었다. 벤치마크 테스트를 했음에도 화면 켜짐 시간이 5시간 30분 이상 갔기에 일반적인 웹서핑, 문서 작업, 동영상 시청 등을 할 경우 배터리는 더 오래 유지될 것이다. 게다가 16인치 노트북 치고 가볍고 얇은 데도 발열을 별로 못 느꼈다. 벤치마크(성능실험) 같은 고도의 작업을 할 때도 발열이나 소음이 많이 나지 않았다. 충전도 빠른 편이었다. 실제 홍보 문구대로 30분 만에 45%가 충전됐고 1시간에 67%, 1시간 50분 만에 100%에 도달했다.
벤치마크를 해본 결과 긱벤치6에서 싱글코어 2854점, 멀티코어 14193점을 기록했다. 이는 인텔 코어 울트라5 125H를 장착한 갤럭시북4프로(싱글코어 2228점, 멀티코어 10994점)보다 더 높은 점수다. 또 3D마크 타임 스파이에서는 2089점(그래픽 1887점, CPU 5345점)을 보였다.
AI를 강조하는 ‘코파일럿+ PC’답게 AI 기능도 눈에 띄었다. 코파일럿키를 누르면 코파일럿이 바로 실행되면서 원하는 정보 검색이나 생성형 AI 이미지 제작도 가능했다. 다만 한영키 옆에 있다 보니 문서 작업 때 한영키가 아닌 코파일럿키를 잘못 누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림판 ‘코크리에이터’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어설프게 자동차를 그린 뒤 만들고 싶은 이미지 설명에 ‘맑은 날씨에 해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한 대’라고 입력하고 독창성을 최대로 설정하자 원본과는 전혀 다르면서 내가 원하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또 스페인의 유로 2024 우승 당시 시민들 반응을 소개하는 스페인 방송 영상을 재생하는 가운데 CTRL+윈도+L 버튼을 눌러 라이브 캡션을 실행하자 AI가 바로 스페인어를 영어로 번역해줬다. 라이브 캡션바의 위치를 움직일 수도 있고 영어 외 다른 언어로도 번역이 되지만 한글은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향후 MS가 이용자가 사용한 앱, 웹사이트, 문서 등을 기록할 수 있는 ‘리콜’ 기능도 제공하면 AI 기능 활용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갤럭시 북4 엣지’는 예전의 ARM 기반 노트북보다 훨씬 더 개선된 제품이다. 특히 앱 호환성과 전력 효율성, 전성비(성능 대비 전력 효율성) 면에서 크게 나아졌다. 물론 호환성에서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당장 x86 기반의 인텔, AMD에 위협감을 주면서 경쟁을 촉발했고 PC 시장에서 퀄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제품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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