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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관대한 처벌이 키운 보험사기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7 18:37

수정 2024.08.07 18:37

박신영 금융부 차장
박신영 금융부 차장
보험사기죄로 진짜 감옥에 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1조원을 넘어섰고, 가담인원만 10만명이 넘는다지만 실제 선고 결과를 보면 4명에 1명꼴도 되지 않는다. 2022년 선고 결과에 따르면 보험사기 2017건 가운데 유기징역은 453건으로 22.5%에 불과했다.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최근 3년간(2020~2022년) 보험사기죄 선고 결과를 봐도 보험사기로 유기징역을 받는 경우는 20%대에 머물고 있다. 일반사기죄는 60%가량이 유기징역을 선고받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다.

2016년에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이를 더 강화한 보험사기특별법 개정안이 1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별도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다.
아직도 사기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에는 일반사기와 조직적 사기 2가지밖에 없다.

그 결과 보험사기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산형(벌금형) 선고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등 경미한 처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12일 열리는 133차 양형위원회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회의에서 양형위원회는 사기범죄 양형기준 수정안(권고 형량범위, 양형인자, 집행유예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보험사기는 일반사기 범죄에 비해 피해금액이 크고 결과적으로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상승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불특정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다중 사기범죄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험사기죄가 일반사기죄보다도 관대하게 처벌된다.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보험사기를 용인하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해 보험사기 증가에 일조하는 측면도 있다.


최근 설계사가 브로커로 실손가입 환자를 공급하고, 의료인이 진료기록을 조작하는 형태의 병·의원 보험사기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양형인자 마련에 있어서도 의료인, 자동차정비업자, 보험모집인, 손해사정사, 보험회사 직원 등 보험산업 관계자가 보험사기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 적발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범위도 커 보험사기 관련 가중요소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보험사기죄에 대한 별도의 양형기준을 만들어 보험사기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padet80@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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