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으로 베트남 안으려는 중국에 등거리 외교로 거리 둔 베트남
【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과 베트남이 경제 협력 등에서 한 단계 진전된 합의를 이뤄냈지만,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는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베트남 최고지도자인 또 럼 국가주석 겸 서기장의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 베트남은 20일 "'전면적인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의 강화와 '중국-베트남 운명 공동체 건설' 촉진을 위한 조치 등을 담은 두 나라의 공동 성명'에 합의했다.
이날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두 나라는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이고, 모든 형태의 '대만 독립' 분리주의 활동을 결연히 반대하는 한편 홍콩, 신장, 티베트는 모두 중국의 내정으로, 어떤 세력도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도 공동성명에 포함시켰다.
또, 철도, 항만, 고속도로를 포함한 인프라 정비나 통관, 검역, 안정된 공급망 구축을 둘러싼 협력 강화에 대한 내용도 넣었다.
이와 함께 국경을 넘는 철도 연결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베트남 북부의 주요 항구 도시 하이퐁에서 중국 남부 지역을 잇는 표준화된 철도 건설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중국과 베트남은 2개 철도 노선으로 연결돼 있지만, 프랑스 식민지 때 건설된 베트남 철도 궤도 너비가 중국 철도와 달라 국경에서 다른 열차로 승객과 상품들이 갈아타야 하는 불편이 있다.
그러나 두 나라는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또 럼 서기장은 이와 관련, "중국 측과의 해양상의 입장 차이를 적절히 관리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함께 유지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의 영향력을 넓히며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호주, 일본 등과 안전 보장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또 람 서기장의 방중이 최고지도자가 된 뒤 첫 외국 방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시 주석은 "럼 서기장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중국을 택한 것은 양당과 양국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음과, 두 나라 관계의 높은 수준과 전략성을 충분히 나타낸 것"이라며 "중국은 항상 주변국 외교에서 베트남을 우선순위로 여겨왔다"라고 강조했다.
또 람은 지난 7월 사망한 응우옌의 후임으로 서기장에 선출됐다. 베트남은 굳건하면서도 유연한 '대나무 외교'를 표방하면서 중국과 미국 사이의 균형 외교를 취하고 있다. 또 람 서기장은 다음 달에는 국가주석 자격으로 유엔 연례 총회 참석차 미국을 찾을 예정이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지도자가 중국과 미국을 잇단 방문은 미·중이라는 두 초강대국과 관계를 동시에 관리하기 위해서이다.
중국은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과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일본이 국내 정치 상황으로 외교 문제에 여력이 없는 사이에 최근 미일 등에 접근중인 베트남을 경제협력 확대를 통해 떼어놓으려고 시도해 왔다.
베트남운 남중국해를 둘러싼 분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고, 경제적인 협력 규모가 커져가는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어 대중 관계를 격상시키는 분위기이다.
두 나라의 경제협력은 속도를 내고 있는데, 지난해 홍콩을 포함한 중국으로부터 베트남에 대한 직접투자(FDI)는 91억달러(약 12조 1466억원)로 2022년보다 거의 두 배로 커졌다. 무역 총액에서도 중국은 베트남의 제1 무역상대국이다.
베트남은 과도한 중국 의존을 피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이끌어낸다는 대중 외교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또 람 서기장은 지난 18일 특별기편으로 광둥성 광저우 공항에 도착,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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