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등급 가리는 상대평가는 그대로"...2028 수능 개편의 '허와 실'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30 06:00

수정 2024.09.30 06:00

2028 대입 개편안...'통합탐구' 예시문항 공개
고득점자 분포하는 과목 '버리기' 방지...고1 수준 난이도
사교육 방지 효과는 '글쎄'...상대평가 여전
탐구영역 '전과목' 잘해야...경쟁 심화 우려도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지난 6일 부산 사상구 주례여고 3학년 7반 수험생들이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2024.08.14. yulnet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지난 6일 부산 사상구 주례여고 3학년 7반 수험생들이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2024.08.14. yulnet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수능을 치르는 2028년부터 '선택과목'이 사라진다. 탐구영역의 경우 기존 17개 과목 중 각자 2개를 고르는 대신 모든 학생들이 '통합과학'과 '통합사회'를 똑같이 치르게 된다. 그간 고득점자와의 경쟁을 피해 '쉬운 과목'으로 쏠리던 현상을 막는 동시에 난이도도 '고등학교 1학년' 수준으로 맞춰 사교육 과열 우려를 줄였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다만 여전히 '1등급'을 가려내는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하는 만큼, 오히려 '수능 전략'을 사용할 수 없는 학생들의 사교육이 과열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29일 교육부가 공개한 수능 통합사회·통합과학 예시 문항을 보면 문제의 기반이 되는 지문과 답을 골라야 하는 선지에 여러 과목이 혼재해 있다.

'통합사회' 예시문항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지역의 지도와 함께 여행일지를 제시하고, 해당 지역의 기후와 문화 등과 관련한 설명 중 옳은 내용을 고르도록 했다.
지문을 이해하고 답을 고르기까지 각각 기존의 '세계지리'와 '사회·문화' 과목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하는 식이다.

'통합과학' 역시 기존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의 선택과목 개념에 더해 빅데이터 분석 능력을 요하는 문제가 나왔다.

교육부는 고1 교육과정으로 출제 범위를 제한하되 여러 과목을 모두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만들도록 출제 방향을 제시했다. 기존 선택과목 체제에서 고득점자가 많이 분포하는 과목을 피해 특정 과목으로 수험생이 몰리는 현상은 모든 학생이 같은 과목을 응시하게 되는 만큼 사라질 전망이다. 출제 범위가 좁아진 만큼 기존에 비해 사교육이 늘어날 우려도 적다고 내다봤다.

반면 사교육계를 비롯한 교육 현장에서의 전망은 정부와 다르다. 응시과목의 개념만으로 일정 수준의 점수 획득이 가능했던 기존과 달리 통합과목의 경우 1과목이라도 개념이 부족할 경우 문제풀이가 불가능해진다는 불안이 커져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결국 문제는 변별력을 갖도록 출제할 수밖에 없다"며 "변별력 확보는 기술적으로 현재 수능보다 더 다양한 각도로 시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대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1 수준의 통합 문제가 나온다는 것은 각 탐구과목에 대한 선행학습 필요성도 높아졌다는 의미"라며 "사교육 쏠림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점수 순으로 줄을 세워 우열을 가리는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한 탐구영역 개편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2028 대입 개편안의 핵심은 사실 탐구영역 통합보다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구분에 있다"며 "이번에 발표한 탐구영역 통합은 오히려 공통과목까지 상대평가를 확대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하면서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오히려 아이들은 모든 과목에서 절대 미끄러져서는 안 된다는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시한 2028학년도 수능 통합사회 과목 예시 문항. (교육부 제공) 사진=뉴스1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시한 2028학년도 수능 통합사회 과목 예시 문항. (교육부 제공) 사진=뉴스1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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