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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복지부 장관의 사과, 의정 갈등 풀 실마리 돼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01 18:18

수정 2024.10.01 18:18

전공의에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
의료계도 유연한 자세로 화답해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9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조 장관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처음으로 사과했다. / 사진=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9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조 장관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처음으로 사과했다. / 사진=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공의들에게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처음으로 사과했다. 조 장관은 9월 30일 "필수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들을 거론하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요구한 수련환경 개선 등에 대해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이며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과 환자에게 송구하다고도 했다.


조 장관의 진정성 있는 한마디 사과가 의정갈등을 풀어갈 단초가 되길 바라는 것은 국민들과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의사단체는 "충분하진 않지만 긍정적인 변화"라고 했다. 의료계가 의료농단의 주범이라며 비난하던 당사자의 발언에 이 정도로라도 화답한 것은 고무적이다.

의정갈등이 9개월째에 접어든 마당에 정부 고위공직자의 사과는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면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정부나 의사나 할 말이 많지만 강대강 대결로는 갈등의 탈출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간극이 좁혀지지는 않지만, 전공의와 의료계의 입장을 진정성 있게 들어보겠다는 태도 변화로 읽힌다.

정부와 대통령실, 여당은 갈등 해결에 손발이 맞지 않았다. 여야가 의료계와 협의체 출범을 타진하는 와중에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 변경 불가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장관이 사과한 것을 계기로 실질적 대화의 장이 열리기 바란다. 이제는 의료계가 유연한 자세로 화답할 때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2025학년도 증원 문제를 접어두고, 2026학년도 의대정원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계는 정부가 제안한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 참가하는 것이 옳다. 의사단체 추천 전문가가 절반 이상 참여해 폭넓고 깊이 있게 논의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의협의 참여조건이 아니어도 그렇게 해야 마땅하다. 여기에서 의료계는 증원에 따른 의대 교육 부실 우려 등을 해소할 방안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자문이 아닌 의결기구 참여를 고집하는 것은 의료시스템과 정책 권한을 이해관계자가 결정하는 것으로, 공정하지 않다. 의료정책에 필요한 예산은 국민이 성실히 내고 있는 국민건강보험 재정과 세금이다. 추계위 참여에 긍정적인 의대교수 단체가 먼저 참여를 선언하길 기대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한다. 조 장관의 사과를 계기로 꽉 막힌 의정갈등의 물꼬를 터야 한다. 정부는 전공의 처우개선, 필수의료 수가개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 의료계의 숙원을 풀기 위해 수십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기초로 전공의에 대한 포용과 설득, 복귀를 위한 실질적인 이행이 요구된다. 전공의와 의사집단은 정부와 여야가 대화하자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자고 내민 손을 잡아야 할 것이다.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을 부역자라 비난하고 국민을 '개 돼지'라 조롱한 일부 의사의 일탈에 대해 같은 의사로서 자성할 마음이나 일말의 염치가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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