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교육부가 공개한 '2024년 제1차 학교폭력 전수 실태조사' 결과는 아직 낳지도 못한 자식에 대한 걱정을 키운다.
학생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폭력 비율이 낮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입시 때문이다. 미래가 망가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자리 잡으면 자중하는 비율이 올라간다. 지난해 4월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역시 '엄벌주의'에 방점을 찍었다. 어른들이 즐기는 학교폭력의 서사도 응징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성인이 돼 더 가혹하게 복수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학교폭력 가해자보다 더 크게 성공하는 인플루언서에 열광한다.
가해자를 벌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정작 가해자가 더 생겨나지 못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관심이 줄었다. 가해기록 보존기간을 늘리고, 학폭 이력이 성인 이후 취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학생들 사이에 퍼졌다. 신체적 폭력은 획기적으로 줄었지만, 더 은밀하고 야비한 방법으로 언어·사이버·성폭력은 나란히 증가세를 보인다. 수법이 세밀해지는 만큼 형벌은 더 엄격해질 전망이 높다.
정부는 지난 대책을 보완해 범부처·중장기의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 수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내 아이가 집어던지지 못하는 의자를, 정부가 더 크고 무섭게 대신해주는 셈이다.
학생들이 꼽은 1등 예방활동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처 방법 교육'(27.8%)이지만 교육을 담당해야 할 어른들은 그 방법을 알지 못한 채 커버린 사람들이다. 막아달라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답은 더 제도화된 폭력뿐이다. 아이들이 자구책처럼 내놓은 '학교 CCTV 설치'(20.9%)가 2등을 차지한 것이 더욱 미안해지는 이유다. chlee1@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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