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절친한 친구 A의 경험은 이 같은 변화를 잘 보여준다. A는 인천 미추홀구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는 몇 년 전 전세제도를 통해 이곳 빌라에 들어가 대학 생활을 마쳤다.
누군가는 HUG의 기준 강화가 전세사기를 줄이고 시장을 월세로 재편해 안정화하려는 취지라고 말한다. 이 같은 목적은 분명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임대인들은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지고, 임차인들은 선택지가 줄어드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특히 A의 사례처럼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공시가격 대비 전세가율이 높은 주택들이 보증 가입 기준에 걸려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에서는 월세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사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월세화가 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세입자에게 당장 더 많은 비용 부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필요한 건 조금 더 부드러운 변화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새로운 기준에 적응할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역전세로 자금 부담이 큰 임대인들에게는 금융 지원이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할지 모르고, 세입자들에게는 월세 상한제와 같은 보호장치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 변화가 모두에게 너무 가파르지 않도록 조율하는 일이다.
변화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할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구도 불필요하게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길을 찾을 때다.
A는 아직은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냥 먼 곳에서라도 회사를 다니면 되지 않느냐고. 사실 그 이야기를 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모든 임차인과 임대인에게 내 친구만큼의 의연함을 바라는 것은 이상한 일 아닐까. 모두를 위한 전세시장의 퇴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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