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전함 부족한 미 해군, 바다에서 미사일 공급받는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3 04:30

수정 2024.12.03 04:30

[파이낸셜뉴스]
전함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 해군이 바다에서 보급함을 통해 전함에 미사일을 공급하는 이른바 트램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 9월 11일(현지시간) 중동 해역에서 헨리 J 카이저급 석유보급함 USNS 빅혼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에 기름을 공급하고 있다. AP 연합
전함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 해군이 바다에서 보급함을 통해 전함에 미사일을 공급하는 이른바 트램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 9월 11일(현지시간) 중동 해역에서 헨리 J 카이저급 석유보급함 USNS 빅혼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에 기름을 공급하고 있다. AP 연합


조선능력 부족으로 중국과 해군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미국 해군이 전함 부족을 우회할 수 있는 독창적인 방법을 고안해냈다.

미사일을 채우기 위해 두 달까지 걸릴 수 있는 회항 대신 작전 수역에서 미사일을 공급받는 방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미 해군이 전함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전함이 보급함을 통해 미사일을 재보급받는 방안을 고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이동용 해상 재장전 방식(트램TRAM)’이다. 이 트램은 해군 창고에 처박아 뒀던 30년 된 낡은 크레인을 보급함과 각 전함에 설치하고, 이를 컴퓨터에 연결해 전함에 미사일을 재보급하는 방식이다.



트램은 미사일을 다 쏜 전함들이 길게는 두 달까지도 걸릴 수 있는 모항 회항 대신 단 수일 만에 미사일을 다시 장전할 수 있도록 해준다.

칼로스 델토로 미 해군부 장관은 최근 캘리포니아 연안에서 실시된 트램 시범 훈련 뒤 “해상 재장전 능력은 미래 태평양에서 벌어질 그 어떤 갈등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트램은 육상에서 자주포에 포탄을 공급하는 것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위험하다.

파도가 치고 강풍이 부는 바다에서 재장전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보급함에서 전함에 미사일을 공급하려면 두 배 사이에 긴 집라인 형태의 레일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려면 특수한 목적의 레이더를 통해 주변 바다의 파도가 어떻게 되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서로 다른 파도를 맞고 있는 이 두 배 사이를 긴 줄을 통해 미사일을 운송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이 기술적 난관을 해결한 것이 트램이다.

미 해군은 최근까지도 미사일 재장전 문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각 시뮬레이션에서 미국이 중국에 고전할 수 있다는 결과들이 나오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미 국방부는 미 해군 기지에서 8000km 넘게 떨어진 서태평양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구축함, 순양함을 비롯해 각종 전함들은 유사시 수일, 어쩌면 수시간 안에 보유한 미사일을 다 쏴버릴 수 있다. 미사일을 다 쏜 전함은 재장전을 위해 기지로 귀환해야 한다. 하와이나 캘리포니아 기지로 귀환할 경우 길게는 두 달까지도 걸린다. 가까운 일본 요코스카항은 유사시 중국의 공격으로 사용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다른 대안은 호주 다윈항이다. 그러나 남중국해에서 다윈항까지는 정상적인 조건에서도 4일 반이 걸린다.


전함이 중국을 압도할 정도로 많으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미국은 점점 전함 수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고, 전함 건조 속도는 더뎌 그 간격이 벌어지는 터라 대안이 필요하다. 그 대안이 바로 트램이다.


한편 물량 면으로 중국에 해군 전력이 밀리기 시작하고 있는 미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최신 전함인 줌월트급 구축함에 우선적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