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불과 6시간 만에 맥없이 해제됐다. 야당이 계엄 해제 요구안을 신속하게 의결했기 때문이지만, 대통령실 참모는 물론 내각도 배제한 독단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3일 오후 10시 23분 긴급대국민담화에 나서기 직전까지 대통령실 참모진과 내각 모두 계엄 선포 계획을 알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 나서기 약 1시간 전인 오후 9시 즈음 국무회의를 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밤중에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소집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고 입을 뗐다. 그러자 한 총리를 위시한 국무위원들이 즉각 반대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이들을 뒤로 하고 고유권한인 비상계엄 선포에 나섰다. 국무위원들을 계엄 선포 형식을 맞추기 위한 들러리로 세운 셈이다.
계엄 선포를 통보 받아 정부부처들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군과 국방부만 기다렸다는 듯 행동에 나섰다. 국방부 스스로 김용현 국방장관이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밝히면서다.
실제로 김 장관의 의중이 반영된 듯 계엄사령관은 군 서열 1위인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아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맡았다. 김 의장은 해군 출신, 박 총장은 김 장관과 같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는 점에서다.
결국 정황상 윤 대통령과 김 장관이 대통령실과 내각을 따돌리고 독단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김 장관은 직전 대통령경호처장을 역임한 데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러나 극소수만 준비했던 탓인지 계엄군은 허술했다. 국회의원들을 막아내지 못해 계엄 해제 요구안이 빠르게 의결됐고, 윤 대통령은 4일 새벽 4시 반 즈음 다시 담화에 나서 계엄 해제 예정을 밝혔다. 사과는커녕 필요하면 다시 계엄 선포를 하겠다는 태세로 야당에 경고하며 담화를 마쳤다.
윤 대통령은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뒷수습을 했다.
윤 대통령 독단으로 인한 계엄 해프닝을, 정작 계엄 선포를 통보 받은 데다 반대까지 했던 내각이 뒷정리 하게 된 것이다. 계엄 선포도 해제도 내각은 결국 들러리에 그쳤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 같은 무력감이 느껴지는 상황 탓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음에도 상황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내각보다도 허탈함이 클 것이라는 점에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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