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6시간 환율 치솟고 시장 패닉
정치가 경제 흔드는 악순환 끊어야
정치가 경제 흔드는 악순환 끊어야

간밤에 요동친 금융시장에는 여진이 이어졌다. 4일 국내 증시는 1%대 하락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4% 내린 2464.00에, 코스닥은 1.98% 내린 677.15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 새벽에 장중 7%나 폭락했다. 코스피200 야간선물옵션지수도 5% 이상 떨어졌다. 삼성, 쿠팡 등 한국 기업 주식들도 최고 10% 가까이 급락했다.
환율은 치솟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2원 오른 1410.1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전날 늦은 밤과 이날 새벽 원화 가치는 달러당 1442원까지 추락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1444원을 넘었던 2022년 10월 25일 이후 최고치였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도 요동쳤다. 대장주 비트코인은 30% 이상 폭락, 8800만원까지 밀렸다가 낙폭을 줄였다.
계엄 사태 불똥이 모조리 시장으로 튀면서 개인, 기관 할 것 없이 투자자들이 마음을 졸인 악몽의 밤이었다. 기업들은 환율 폭등 가능성에 촉각을 세웠다. 밤새 수출계약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묻는 해외 파트너사의 빗발친 문의에 대응해야 했다.
경제당국의 긴급 유동성 투입으로 시장은 진정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경제당국은 주식·채권·외화자금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당분간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총 50조원 규모의 증시·채권시장안정펀드와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보유달러를 풀어 환율을 방어했다.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계엄 사태가 없었다면 쓸 필요가 없는 나라재정 수십조원, 날려버리지 않아도 됐을 수십 수백억달러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대통령 탄핵 등 정치불안이 실물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금융불안과 장기 내수침체, 수출위축과 기업실적 악화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정치불안이 경제를 뒤흔드는 악순환이 한국 경제를 망치고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야와 정부, 기업이 한 몸처럼 움직여도 모자랄 판에 후퇴하는 정치만 보면 깊은 한숨만 나온다.
가뜩이나 기초체력이 떨어진 우리 경제를 정치가 더는 흔들어선 안 된다. 개인과 소상공인, 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냉정하게 대응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총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도 혼란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정부와 여야는 비상경제 체제를 즉각 가동해야 할 것이다. 비상한 각오로 경제 살리기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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