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계엄發 탄핵 정국.. 항공업계 환율·여객 '이중고'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8 13:04

수정 2024.12.08 13:04

환율 상승으로 항공권 가격 인상 불가피
지정학적 리스크로 외국인 관광객 수요 감소 우려
지난 3~4일까지 원·달러 환율 추이 (출처=연합뉴스)
지난 3~4일까지 원·달러 환율 추이 (출처=연합뉴스)

한국 출발 국제선 유류할증료 연도별 추이
대권거리 2024년 10월 2024년 11월 2024년 12월
~ 499 1만2600원 1만2600원 1만4000원
500 ~ 999 1만9600원 1만9600원 2만2400원
1000 ~ 1499 2만3800원 2만3800원 2만8000원
1500 ~ 1999 2만8000원 2만8000원 3만3600원
2000 ~ 2999 3만6400원 3만6400원 4만3400원
3000 ~ 3999 3만9200원 3만9200원 4만6200원
4000 ~ 4999 6만200원 6만200원 7만1400원
5000 ~ 6499 7만4200원 7만4200원 8만8200원
6500 ~ 9999 9만2400원 9만2400원 10만7800원
(대한항공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며 항공업계가 항공권 가격 인상과 여행 수요 감소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환율 상승으로 항공권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0' 시대까지 고환율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기업들이 장기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30원을 돌파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 개입으로 1420원대 초반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동안 환율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국내 경제 불안과 트럼프 행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환율 상승을 부추길 추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내년까지 1200원대로의 회복은 어려우며, 최악의 경우 145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 상승은 항공업계에 직접적인 부담을 안기고 있다. 항공사들은 △항공유 △항공기 리스료 △영공 통과료 등 주요 비용을 모두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업계 관계자는 "연간 3100만배럴의 항공유를 소모하는데, 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약 44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환율과 유가 상승은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MOPS)의 갤런당 평균값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전전월 16일부터 전월 15일까지의 평균 가격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한 달간 적용된다. 이미 12월 유류할증료가 전월 대비 최소 11%에서 최대 20%까지 인상됐으며, 1월에도 달러 강세로 추가 인상이 예상되면서 항공권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항공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복합적인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항공권 가격 인상은 해외여행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한국을 방문하려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 또한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여행 비용이 줄어들어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지만, 한국이 불안정한 국가로 인식되면 관광 수요는 급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영국 외무부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하며 "현지 당국의 조언을 따르고 정치 시위를 피하라"며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이는 항공업계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환율 체제에 적응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당국이 인위적으로 환율을 낮추기보다는, 고환율 체제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화가동률을 높여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변동성을 완화하는 안정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정치적 불안정을 해소해 경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