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배우 안은진(33)이 천재 천문학자로 변신했다. 산부인과 레지던트 추민하('슬기로운 의사생활'), 양가 댁 아기씨 길채('연인') 등을 맡으며 대세 배우로 등극한 그가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라 열연 중이다.
무대 복귀작은 '사일런트 스카이.' 지난달 29일 개막해 오는 28일까지 한 달간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펼쳐진다. 이 연극에 안은진이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공연은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다.
'사일런트 스카이'는 미국의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1868~1921)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업적을 담아낸 작품. 19세기 초 미국에서 투표권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시대를 살았던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묵묵히 앞길을 개척해 나간 과정을 무대로 옮겨온다.
안은진은 9일 오후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년 만의 연극 복귀에 대해 "'무대에서 소리를 어떻게 냈었지? 몸을 어떻게 썼었지?' 고민이 많았다"며 "주변 친구들이 '너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대본 리딩 연습을 많이 하고, 대사도 빨리 외웠다"고 했다.
그래도 고민이 깊어질 때면 선배 배우 전미도에게 SOS를 요청했다고 한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미도 언니에게 전화해서 무대 연기에 대한 조언을 구했어요. 그러면 언니는 탁월한 해법을 알려줬고요." 두 사람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인연을 맺었다.
왜 이 작품이었을까. 안은진은 "탄탄한 대본과 연출님, 제 학창 꿈인 명동예술극장, 그리고 원캐스트"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대본이 전해주는 이야기의 힘이 강력했고, (김민정) 연출님은 저를 너무나 잘 아시기에, 연출님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되겠다는 믿음이 있었다"면서 "원캐스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 명의 배우가 한 역할을 전담하기에, 하루가 다르게 연기가 깊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을 쓴 로렌 군더슨은 역사·과학·문학 분야의 다양한 여성 인물을 조명해 온 미국 작가다. 그는 이 작품에서 헨리에타 레빗은 물론, 그녀와 하버드대학 천문대에서 함께 열정을 꽃피운 여성들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전한다.
그 여성 중 한 명은 항성 분류법의 기준을 마련한 '애니 캐넌'(1863~1941). 배우 조승연은 이 인물을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 책 '유리우주'를 반복해서 읽고, 현재 천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여성 과학자들도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뭘까. 김민정 연출의 말이다.
"'지금 너의 삶은 여전히 의미 있고 괜찮아, 내가 너와 함께 있어'라는 위로와 격려를 전해 주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주고 있다'는 연대감을 관객이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공연을 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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