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AP통신 "한국 계엄 해제, 민주주의의 승리..시민참여 큰 역할"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0 09:30

수정 2024.12.10 09:30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진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진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와 동시에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징후이기도 하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뉴스통신사인 AP통신은 8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6시간 만에 끝난 것을 두고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의 승리였다"고 평가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3시간 만에 190명의 국회의원이 계엄 해제에 투표한 것에 대해 한국에서 삼권 분립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은 "블랙호크 헬리콥터와 장갑차를 국회로 보낸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동은 과거 독재정권 시대를 떠올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천 명의 시민이 국회 앞으로 몰려와 계엄 해제와 대통령 퇴진을 외쳤으나 군·경에서는 어떤 충돌도 보고되지 않았다"며 늦은 밤 국회를 찾은 시민의 참여 역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드라마가 펼쳐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발판이 흔들렸다"며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대중의 지지나 최소한 용인 없이 계엄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윤 대통령의 계엄 명분이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짚었다.

AP통신은 군대를 이용해 국회를 멈추려 한 윤 대통령의 시도에 대해 '친위 쿠데타'의 정의에 들어맞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친위 쿠데타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45년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46차례의 친위 쿠데타 중 10번이 최근 10년 사이 발생했는데, 이런 친위 쿠데타의 성공률은 약 80%에 이른다.

AP통신은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권위주의가 부상하는 시대에 주목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며 "그것은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AP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화당원들로부터 굳건한 지지를 받는 미국처럼 양극화된 사회에서는 한국과 같은 대중의 참여나 야당의 반대가 없을 수도 있고, 군대가 동원될 수도 있으며, 국회가 해제 표결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해 생방송에서 권력 남용이나 대통령직을 이용해 보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는 질문에 "첫날만 빼고"라고 답한 일화를 언급하며 "미국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주의의 기둥을 흔들겠다고 공언했고, 어떤 규범이나 법, 심지어 헌법까지도 파괴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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