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후 한국 외교가 '시계 제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말 탄핵안 표결 이후 상황 변화가 없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13일 나온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로 '2선 후퇴'를 선언했던 윤 대통령은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계엄은 정당하고 자신에 대한 탄핵 추진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이는 사실상 '2선 후퇴' 선언을 철회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실제 전날 국무회의에서 통과한 법률안 21안과 대통령령(시행령)안 21건을 재가도 하는 등 국정운영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법률적으로 군 통수권은 여전히 윤 대통령이 가지고 있고 동시에 외교 최고 결정권자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비상계엄 이후 정상적 외교 활동이 중단된 상황에서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는 외교 상대국으로 하여금 한국을 믿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한국으로부터 받는 메시지가 정확하다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주한 미국대사가 외교장관을 만나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2선 후퇴 선언이었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 헌법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물은 것은 외교 상대국이 보는 현재의 한국의 이미지를 보여 준다. 한 정부 소식통은 "그만큼 한국 외교가 불확실성이 많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상대국과 외교를 펼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건 '예측 가능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를 토대로 외교 일정, 대화 상대와 내용, 합의 성격 등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외교는 이러한 예측 가능성이 사라진 상태다. '탄핵 국면'과 대통령의 '정면 돌파' 의지 표명으로 국가적 분열이 심화되면서 외교의 불안정성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비상계엄이 발표된 지난 3일 이후 당초 5~7일 예정됐던 울프 크리스테로손 스웨덴 총리 및 부처 장관들의 방한이 연기됐고, 우리 외교부 고위 당국자들의 해외 출장 일정도 조정되거나 취소됐다.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제안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물러나고 김선호 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을 맡았지만 카운터파트가 없는 상황에서 미 국방부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기도 했다.
또 4~5일 미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도 무기한 연기됐다.
심지어 NCG 관련 실무자는 워싱턴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계엄 사실을 알게 됐고, 급하게 한국으로 귀국했다고 한다.
계엄 관련 사전 소통 부재로 인해 한미 양국이 '불협화음'을 내는 듯 한 일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것도 우리 외교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계엄 사태 이후 사전 소통 부재와 '일방적' 군대의 전개에 대해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며 현 정부에 대한 신뢰를 일정 부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미국과의 집중 소통으로 가까스로 현 상황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막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거취가 결정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 때문에 대통령이 직무정지가 되든, 직을 유지하든 14일 두 번째 탄핵소추안의 표결이 '절차에 맞게'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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