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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생·해외파' 대형 보험사 오너 3세들 경영 시험대 올랐다

뉴스1

입력 2024.12.13 06:40

수정 2024.12.13 08:38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왼쪽부터),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사진제공= 각 사)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왼쪽부터),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사진제공= 각 사)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대형 보험사의 '오너 3세들'이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에 선임된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는 교보생명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신속하고 안정적인 지주사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지난해 선임된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는 ‘제4인터넷은행’ 진출 과제 해결이,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실적부진과 건전성 악화 해결이 시급하다.

한화생명, 현대해상 이어 교보생명도 '3세 경영' 합류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신창재 의장의 장남 신중하 그룹데이터TF장을 인공지능(AI)활용·고객의소리(VOC) 데이터 담당 겸 그룹경영전략 담당 상무로 신규 선임했다.

신중하 신임 상무는 1981년생으로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에서 2년여간 근무했고, 2015년 교보생명 관계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해 보험업 관련 경험을 쌓은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2021년 교보정보통신(현 교보DTS)에서 디지털혁신(DX)신사업팀장을 거쳐 2022년 5월 교보생명에 차장으로 합류해 그룹 내 디지털전환(DT) 가속화를 지원하고 그룹 디지털 전략을 수립했다. 올해 4월부터는 그룹경영전략담당 겸 그룹데이터TF장으로 근무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 정경선 씨를 최고 지속가능 책임자(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 전무로 선임했다.

1986년생인 정경선 전무는 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경영학 석사) 졸업 후, 지난 2012년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를 설립하고, 2014년 소셜임팩트 전문 투자 주식회사 HGI도 세웠다. 또 2021년에는 싱가포르에 임팩트·지속가능성·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테마로 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실반캐피탈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보험업계 오너 3세 중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았다. 1985년생인 김 사장은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2014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을 거쳐 2015년 한화생명으로 이동해 전사혁신실, 미래혁신담당, 해외총괄담당, 미래혁신부문장을 거쳐 올해 초 신설된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동원 사장, 정경선 전무, 신중하 상무의 공통점은 미국에서 대학 또는 대학원을 다닌 80년대생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은 각 사에서 AI(인공지능) 및 디지털과 해외진출 등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받았다.

‘80년대생·미국 유학파’ 오너 3세들…경영 시험대

현재까지 가장 앞서 있는 건 한화생명 김 사장이다. 그는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을 출범시켰고, 국내 보험사 최초의 스타트업 육성센터인 ‘드림플러스’를 설립해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을 40%를 매입했고, 미국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증권사 벨로시티 인수에도 성공했다. 또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한화 AI 센터(HAC)’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처럼 디지털·해외사업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사업인 한화생명의 실적부진과 건전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연말 선임된 현대해상 정 전무도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정 전무는 취임 1달 만에 SK텔레콤과 인공지능(AI) 협약을 체결하며 현대해상의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했고, ESG경영에 적극 참여하며 영향력을 넓혔다.

특히, 정 전무는 현대해상의 제4인터넷은행 진출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현대해상은 렌딧, 루닛, 자비스앤빌런즈, 트래블월렛과 함께 U-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해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업계는 제4인터넷은행 설립 성패를 정 전무의 첫 경영 시험대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 신 신임 상무는 그동안 디지털 전환, 전략 수립 등에 경험을 쌓아온 만큼 내년부터 교보생명의 AI 및 디지털 서비스 사업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 상무와 교보생명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들 산적해 있다. 우선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과 신창재 회장의 풋옵션 분쟁을 해결이 시급하다. 또 내년을 목표로 했던 지주사 전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아직까지 신 상무의 교보생명 지분은 0%다. 신 회장은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 상무 등 자녀에게 지분 증여 등을 통해 경영권 승계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 대형사인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며 "최근 보험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된 만큼 3세 오너들은 디지털 전환, 해외진출 등 신사업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