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검사 권유에 제왕절개로 조기 출산
방치 후 사망하자 야산에 매장
방치 후 사망하자 야산에 매장
[파이낸셜뉴스] 장애를 가진 아기가 태어나자, 아기를 방치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부모와 외조모가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친모 A씨와 친부 B씨, 외조모 C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 등은 장애가 의심되는 아기를 조기 출산해 치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지난 2015년 3월 임신 34주차에 의료진으로부터 아기가 다운증후군 등이 의심되므로 양수검사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장애가 있는 아기를 낳아서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 아기를 제왕절개로 출산한 뒤 살해하기로 공모했다.
A씨가 출산하자, B씨는 아기를 퇴원시킨 뒤 장모인 C씨에게 인계했다. 아기를 건네받은 C씨는 아기를 방치해 사망하게 한 뒤 야산에 매장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4년, B씨에게 징역 6년, C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장애인 등 소수자에 사회적 배려의 결여 내지 부족이 개인인 피고인들로 하여금 그 혈족을 사망하게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유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피고인들은 자녀를 보살펴 줘야 할 책임을 망각한 반인륜적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2심은 A씨에게 징역 3년, B씨에게 징역 5년, C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 각각 1년씩 감형했다. 피고인들은 살해를 공모한 사실이 없고, 살인 행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영아살해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
2심 재판부는 "우리 사회 공동체의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장애아동의 양육 부담을 대부분 가족이 짊어져야 하는 혹독한 상황"이라며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롭지 못한 경우 양육의 부담을 감내하기 쉽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장애아동으로 이후 피해자가 겪을 어려움과 이를 양육해야 하는 자신들의 삶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에게 피해자 존재에 대해 어떠한 악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범행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 역시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피고인들이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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