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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책 통해 경쟁력 회복 지원… 공급과잉 해소 안되면 맹탕 [석유화학 사업재편 속도]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23 19:01

수정 2024.12.23 19:01

정부 "인위적 빅딜없다" 선긋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 유도
지주사 규제 유예 5년으로 연장
울산·여수는 위기지역 지정추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외국환 선물환포지션 한도 상향,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확대 등을 이달까지 신속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른쪽 첫번째는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외국환 선물환포지션 한도 상향,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확대 등을 이달까지 신속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른쪽 첫번째는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방안 핵심은 '빅딜(대규모 구조조정)' 없는 자발적 사업재편 유도다. 기초 범용제품에서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 위주로 사업재편을 유도하고, 사업재편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산 양수·양도 시 과세이연 기간을 연장한다. 신속한 사업재편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기간도 단축한다. 이에 따른 지역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 지정요건을 완화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한다.

정부는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공급과잉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고부가가치 전환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주사 규제 유예 5년으로 연장

정부는 23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석화업계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공급과잉 나프타분해시설(NCC) 사업재편 △글로벌 시장 경쟁력 보강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 등을 제시했다.

국내 석화업계는 그간 대규모 NCC 설비에 값싼 원료를 투입해 수출을 확대하는 구조로 성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단순성장 구조는 중국과 중동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경쟁력을 잃은 상태다.

이에 정부는 사업재편 기업에 대한 세제 및 금융 지원책도 마련했다.

사업재편 기업의 경우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상 지주회사 규제 유예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매수자가 수익이 발생한 이후 지분 규제를 이행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산 매각 시 양도차익 과세이연 기간을 연장해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기업결합 심사기간도 단축한다. 기업들이 기업결합 심사 준비 과정에서 M&A 거래 구조, 시장 현황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사전 제출해야 하는데, 필요한 자료 제출 범위 등을 미리 조율해 공정위 심사 속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설비운영 효율화를 위한 정보교환 사전 심사는 30일에서 15일로 단축된다.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 지정

사업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위축과 지역경제 침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먼저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 지정요건을 현실화하기로 했다. 석유화학산업단지가 위치한 울산·여수·대산 등이 후보군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추후 바뀌게 될 지정요건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위기 극복 노력이나 기여도를 고려해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을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관련 매출액이 50% 이상인 협력업체들에 고용유지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한다. 고용유지지원금은 매출액과 생산량 감소로 고용 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가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는 경우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비용 절감도 유도한다. 정부는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와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해 '무관세' 기간을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하고, 석유화학공업 원료로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해선 석유수입부과금을 환불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석유화학의 글로벌 경제 구도를 고려하면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빅딜 가능성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석유화학업계는 자구 노력을 하고 있고, 자발적 재편 의지가 충분하다. 9곳이 되는 NCC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옛날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사업재편 방안이 기업 자율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과잉설비 감축과 고부가가치 전환을 위해서는 강력한 실행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석화업계와 소통한 결과 연내 사업재편 대책이 나오면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것만으로 충분한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1, 2단계로 나눠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