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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유동성공급자 평가 '구멍'… 1300억 손실 증권사 B등급 유지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24 18:20

수정 2024.12.26 16:33

거래소, 분기마다 결과 발표
정량 지표만 판단해 무용지물
사후 제재 없어 업계도 무관심
한국거래소 전광판(기사 내용과는 무관). 연합뉴스 제공.
한국거래소 전광판(기사 내용과는 무관). 연합뉴스 제공.
한국거래소의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평가 시스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1300억원대 손실을 낸 신한투자증권도 LP 평가에서 'B등급'을 받고, 평소 ETF 괴리율 관리를 제대로 못 해도 정량 지표만을 기준으로 등급을 책정하고 있어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3·4분기 ETF LP 평가에서 'B등급'을 부여받았다. A등급을 받은 다올·현대차·신영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21개 증권사 모두 B등급을 받았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10월 11일 사고관련 내용을 공시했으나, 사고 자체는 8월부터 일어났다.

해당 분기 평가에서 감안돼야 하지만, 등급 강등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4분기 때도 B등급을 받았다.

LP는 ETF나 상장지수증권(ETN) 거래에 있어 유동성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매수·매도 호가를 최대한 촘촘히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거래소는 이 과정에서 의무 이행도·적극성, 스프레드 제한, 평균 호가 수량 등 항목으로 분기(ETN는 월)마다 평가를 실시해 발표한다.

하지만 신한투자증권처럼 대규모 손실 여파로 올해 3·4분기 168억원 순손실과 금융감독원 현장조사까지 받아 사실상 업무 자체가 중단됐음에도 정량 지표만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겨 LP평가 시스템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P 평가 체계만 보면 사건·사고 등이 반영되지 않고, 최하위 등급을 받은 사례도 거의 없다"라고 전했다.

더욱이 해당 평가에선 C등급까지만 받아도 불이익이 없다. 반대로 상위 등급을 받는다고 혜택이 주어지지도 않아 최선을 다할 동기 역시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TF LP 평가에 대한 무용론은 일찍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매수·매도 호가를 지속 제출해 괴리율이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임무를 맡은 LP들은 이에 충족시키지 못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운용사들은 괴리율이 1% 이상이면 공시하게 돼있고, 이 수치가 지나치게 커지면 거래정지될 수 있지만, LP들은 사후 제재도 느슨하게 받고 있는 셈이다.


실제 총 1만4051건의 괴리율 초과가 발생한 최근 5년간(2020년~2024 3·4분기) 분기별 LP 평가에서 D등급 이하 사례는 단 6건에 그쳤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