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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위기" 외국인 투자 들어오는 ‘길’ 넓힌다[2025년 경제정책방향]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02 10:40

수정 2025.01.02 10:40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 뉴시스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국채 투자를 쉽게 하도록 정부가 제도를 마련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대외신인도 관리가 중시되는 상황에서 해외 자본의 국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세계국채지수(WGBI) 투자 촉진을 위해 해외 투자자들이 국채 투자를 할 때 펀드별로 일일이 거래 절차를 밟던 방식을 통합 매매로 간소화했다. 외국 금융기관이 주식·채권에 한정된 환전 외에 다른 거래도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기로 했다. 정부는 제도 개선으로 외국인 투자가 쉬워지면 외화 유입이 많아져 안정적인 환율 유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 국채 투자 개별거래방식→통합매매 방식 ‘전환’
2일 정부는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국채 투자절차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전면 개편하는 ‘WGBI 투자 인프라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하위펀드별 개별거래 방식을 통합매매 방식으로 전면전환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국채통합계좌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하위펀드 또는 법인별로 주문(매매)과 결제를 하고 거래내역을 당국에 보고해야 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수백개 국채 펀드를 국내 운용할 경우 일일이 펀드별로 이같은 절차를 거쳐야 했던 셈이다.

앞으로는 개별 펀드가 아닌, 글로벌 수탁은행 또는 자산운용사 단위의 통합매매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국채통합계좌를 이용하는 글로벌 수탁은행 또는 자산운용사가 본의 명의로 국내 금융기관에 주문·현금 통합계좌를 개설해 하위펀드를 대신해 통합주문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 펀드가 글로벌 수탁은행인 JP모건을 통해 국채 투자할 경우 기존에는 JP모건이 계좌개설, 매매 등 거래 절차를 개별 편드별로 진행하고 정부가 모니터링했다. 앞으로는 JP모건은 대표 명의로 계좌 '한 개'만 만들면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국채투자를 할 때 계좌 개설, 매매, 결제, 보고 등을 거치면서 정부 모니터링이 전부 다 개별 펀드 단위로 이뤄졌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정부는 선진국 방식으로 개별 펀드 단위는 안 본다”며 “정부가 자산운용사 및 글로벌 수탁은행 단위로만 모니터링하는 식으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법령 개정을 1월 중 마무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채시장 접근성 확대를 위해 ‘글로벌 판매 모델’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글로벌 판매모델이란 △외국인 투자자가 글로벌 은행에 '매수' 주문 △현지은행은 보유 중인 국채를 글로벌 은행에 '매도' △글로벌 은행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도'하는 식이다. 반면 현재 외국인이 한국 국채 투자를 할 경우 은행이 아닌, 국내 증권사에 계좌를 열어야 한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채 투자 접근성을 높이도록 국내 은행도 국채 영업과 판매 등 해외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는 글로벌 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영업과 판매를 전담하고 국채 시장 접근성이 높은 현지 은행이 국채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이다”며 “국내에서는 은행이 투자매매업자로서 글로벌 판매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이를 위한 (글로벌 판매 모델 기준 관련) 유권 해석 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고환율 위기...외화 유입 늘리면 안정세로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외환시장 개장시간을 런던 금융시장 마감시간에 맞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연장한 만큼 연장 시간대 외환거래를 늘릴 계획이다. 현재 40개 외국 금융기관이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로 등록했다. 정부는 기존 주식·채권 매매 관련 환전 업무에 한정된 RFI의 영업범위를 '수출입 대금 환전' 등 경상거래를 포함한 모든 거래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외국은행의 국내 지점을 포함해 국내 금융회사가 사람 딜러가 근무하지 않는 밤 시간에도 자동알고리즘을 통해 전자외환거래(eFX)가 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히 할 예정이다. eFX란, 해외여행 자금 환전 등 금융사가 여러 고객으로부터 주문받는 거래 규모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동으로 시장에 적정한 주문을 내는 시스템을 말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RFI가 국내 또는 해외 본점을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수출입대금을 환전하거나 본지점 근로자들의 월급 송금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RFI의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더 빨리 증가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은행의 국내 지점이나 증권사 같은 경우에는 eFX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국채 투자 및 외환거래 활성화 제도가 중장기적으로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환시장 연장 시간대 유동성 활성화 방안 등은 한국 시각으로 야간 시간대에도 유동성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또 거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외환 투자자 입장에서 좋은 환율을 발견하면 거래를 하게 되고 결국 거래량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를 통해) 달러가 들어와야 원화로 바뀌면서 환율이 내려오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서학 개미' 등 한국에서 해외로 자본 유출은 많은 반면 외국 투자자의 자본 유입은 들어오고 싶어도 그간 제도 규제로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 제도 개선을 통해 해외 금융기관들이 국내에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채투자 및 외환시장 인프라 확충
정책 내용
국채투자 인프라 확충 글로벌 수탁은행 또는 자산운용사가 외국인투자자를 대신해 증권, 외환 거래를 일괄 수행하는 통합매매방식 도입
글로벌 판매모델 도입 해외금융기관이 국내금융기관과 연계해 외국인투자자와 거래할 수 있도록 ‘글로벌 판매 모델‘ 마련
외환시장 인프라 확충 RFI 경상거래 환전 허용, 전자거래시스템 활성화 등 통해 야간시간대 거래 촉진
(‘2025년 경제정책방향‘)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