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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24시간 풀가동! 우리 몸의 완벽한 관리자, '호르몬'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04 07:00

수정 2025.01.04 07:00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플라톤 동굴의 우상
플라톤 동굴의 우상

호르몬의 불균형이 육체와 정신의 문제를 만든 것일수도 있지만, 거꾸로 육체와 정신의 문제가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것만은 확실하다. 우리의 기분, 성격, 심리상태, 건강상태가 호르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호르몬을 한마디로 '나도 모르는 내 몸속의 유능한 제어시스템'이라고 설명하길 좋아한다.

'유능한'이란 표현을 덧붙인 것은 정말로 천재AI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동시에 쉬지 않고 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호르몬을 순식간에 합성해서 정확히 필요한 양을 필요한 곳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이렇게 놀랍고 중요한 존재이지만, 사실 우리는 호르몬에 문제가 생긴 후에야 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늘 유지해왔던 몸상태가 무너져서 피곤하거나 우울하거나 살이 찌는 등 전에 없던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야 호르몬을 떠올리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는 에스트로겐이 곤두박질치는 폐경이 되어서야 호르몬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남성의 경우는 50대가 넘어 성기능저하, 의욕저하, 성격변화 등을 경험하면서 호르몬이 큰 역할을 해왔다는 걸 알게 된다.

고혈압, 당뇨, 갑상선이상 등 호르몬과 밀접한 질병이 오면 그제야 부랴부랴 호르몬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하지만 그때 시작하면 너무 늦다.

호르몬은 건강할 때부터 관리해야 한다. 이왕이면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내분비전문의로서 나는 매일 많은 환자를 만난다.

심한 갱년기 증상으로 성격이 괴팍해져 남편과의 관계마저 악화된 50대 여성, 당뇨와 고혈압에 남성호르몬까지 부족해서 우울감에 빠진 60대 남성, 불규칙적인 생활로 멜라토닌 균형이 깨져 수면장애와 노화증상에 시달리는 40대 여성, 남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이 거의 고갈되어 의욕은 물론 인지능력까지 떨어져버린 70대 남성…
운동과 식사,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필요하면 호르몬 보충제나 주사 등을 처방하여 치료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너무 안타깝다.

좀더 일찍 호르몬 관리를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들 10년 만이라도 일찍 호르몬의 중요성을 알고 적절하게 대처했다면 한결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처럼 우리의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등의 수치는 다 동굴 속 호르몬의 모닥불에 비친 그림자일 뿐인 것이다.

호르몬을 컨트롤하는 것은 내분비기관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호르몬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호르몬은 생활습관을 통해 얼마든지 관리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일찍 일어나서 햇볕을 쬐고 밤에 잠을 잘 자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호르몬 균형이 건강하게 유지된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을 해서 근육을 늘리고 뱃살이 붙지 않게 관리하는 것으로도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 감소를 막을 수 있다. 호르몬분비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챙겨 먹고 가족 및 주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도 호르몬 균형은 더 오래 유지된다.

한마디로 열심히 일하면서 잘 먹고 잘 쉬고, 많이 웃고 많이 사랑하며 사는 것이 호르몬을 관리하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호르몬을 관리하는 것은 인생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한다. 단순히 건강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호르몬을 잘 관리하는 방향으로 선택하면 그것은 당신을 꽤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즉, 일상에 성실하고, 감정을 잘 다스리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관계를 편안하게 이끌어가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 별게 아니다.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면 그것이 좋은 사람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24시간 풀가동! 우리 몸의 완벽한 관리자, '호르몬'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