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

北 자강도 강추위 얼음판…집단주의 강조 속 주민들은 나름 재미 추구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31 14:41

수정 2024.12.31 18:12

12월~새해 1월말까지 영하 15도 강추위 속 집단주의 강조 
스케이트 경기, 구호와 동원형 체육 행사 각 기관·학교별 진행 
장자강 얼음판 경기장으로 활용, 다양한 상품 받을 수 있어 
주민들 즐기기도...체제 억눌린 어두운 얼굴만 있는 건 아냐 
[파이낸셜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7일 평양 야외빙상장을 조명하면서 "당의 은정으로 펼쳐진 야외빙상장에 인민의 기쁨이 넘친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7일 평양 야외빙상장을 조명하면서 "당의 은정으로 펼쳐진 야외빙상장에 인민의 기쁨이 넘친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의 12월은 체력 단련과 집단 정신을 강조하는 동원형 체육 행사가 벌어진다. 얼음판 한쪽에선 체제 결속과 집단주의를 강조하지만, 차갑게 굳어진 집단주의의 틀 안에서도 북한 주민들은 나름의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고 31일 전해졌다.

이날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신변안전을 위해 익명을 요구한 60대의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매년 자강도에서는 각 기관, 단체, 학교별로 겨울철 체육 행사가 열리며 올해는 지난 14일부터 동기 스케이트 경기가 진행돼 새해 1월 말 완료된다"고 전했다.

■“강계정신 펼치자” vs “한쪽은 개인의 여유·낭만도

소식통은 혹한의 영하 15도의 자강도. 룡림군에서 발원하여 강계시를 거쳐 압록강으로 흐르는 장자강은 얼음판이 되고 그 자체로 체육 경기장이 된다. 여기서 펼쳐지는 연말 스케이트 대회는 북한 나름대로 스포츠 이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고 밝혔다.



자강도 주민들과 학생들은 각자 조직 이름을 내걸고 차가운 바람을 뚫고 얼음판 위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 달리는 스케이트 선수들의 진지한 표정과 이를 응원하는 주민들의 열띤 함성만큼 그 열기가 달아 오른다.

소식통에 “이번 겨울철 체육경기는 자강도 사람들의 강계정신을 느끼고 후대에게 실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추운 날씨에도 단합된 기관별 선수와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젊은층들은 1990년대 중반 대량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 때 나온 강계정신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다며 그 보다는 상품을 타거나 1등을 차지해 이름을 떨치는 데 더 관심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 “체제에 눌린 어두운 얼굴 아닌 때도..”

북한 당국은 스포츠를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지만 주민들에게는 점점 체력 단련과 화합의 상징이 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즐거운 행사로 인식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소식통은 “추위 속에서도 스케이트를 타며 서로 응원하고 웃음을 나누는 자강도 주민들의 모습에서 단순히 체제에 억눌린 얼굴만 있는 건 아니다”면서 “혹독한 겨울에도 주민들은 얼음판 위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웃음을 찾고 추운 날씨 속에서도 온기를 나누며 나름의 방식으로 겨울을 견뎌내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12월 들어 일부 형편이 되는 주민과 학생들은 신식 스케이트를 구입하겠다며 대회가 열리는 장자강 일대는 응원의 열기가 넘치기도 한다"며 “스케이트 경기 대회는 ‘자강도 사람의 본때를 보여주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강인한 정신과 단합의 구호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관별 지시에 억지로 온 건 맞지만 막상 얼음판 위에 서면 어른도 학생들도 신나게 놀고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이라면서 “조직적 지시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긴 하지만 막상 되면 1등해서 상품도 타고 즐겁게 놀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자 보도에서 "평양시 중심부에 야외빙상장이 새로 꾸려졌다"면서 사진을 실었다. 신문은 야외빙상장이 "저녁시간을 기본 (운영시간)으로 하면서 기상기후 조건에 따라 스케이트와 썰매봉사를 진행하게 된다"라고 소개했다. 시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자 보도에서 "평양시 중심부에 야외빙상장이 새로 꾸려졌다"면서 사진을 실었다. 신문은 야외빙상장이 "저녁시간을 기본 (운영시간)으로 하면서 기상기후 조건에 따라 스케이트와 썰매봉사를 진행하게 된다"라고 소개했다. 시진=노동신문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