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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평생 기억할께요" 올해 마지막 날, 철조망 너머 이어지는 애도의 행렬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31 17:31

수정 2024.12.31 17:31

무안공항 참사 현장, 비극의 흔적과 끝없는 추모 물결

12월 31일 오후 3시께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주변에서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12월 31일 오후 3시께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주변에서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3일이 흐른 12월 31일 현장은 여전히 비통한 감정을 품은 시민들과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공항 활주로 철조망 근처에서는 사고 현장의 참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부서진 기내 좌석과 파편들은 사고 당시의 충격을 생생히 드러냈다. 군인들과 관계자들은 사고 원인 규명과 수습 작업을 멈추지 않고 진행 중이었다.

활주로 철조망에는 희생자를 위한 헌화와 추모 물품이 가득했다.

국화꽃과 함께 놓인 과자, 소주, 편지 등은 추운 날씨에도 방문객들의 따뜻한 마음을 대변했다. 한 시민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며 희생자들을 향한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인근 주민 A씨는 “유가족은 아니지만, 그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며 현장을 찾은 이유를 밝혔다. 철조망에는 희생자들을 향한 편지와 헌화가 줄지어 있었다. 특히, 희생된 기장의 형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남긴 편지에는 “너는 이미 훌륭했고 충분히 잘했으니 따뜻한 곳에서 행복하길 바란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는 형의 비통함과 동생을 떠나보내야 했던 마음을 고스란히 전했다.

12월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철조망 인근에 고인을 애도하는 유가족 편지와 핫팩, 소주와 먹거리 등이 놓여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12월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철조망 인근에 고인을 애도하는 유가족 편지와 핫팩, 소주와 먹거리 등이 놓여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철조망에는 파일럿을 꿈꾸는 한 지망생이 남긴 편지도 붙어 있었다. 그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착륙을 시도한 기장과 부기장님께 감사드린다”며 희생자들의 용기를 기리겠다고 다짐했다.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비행훈련원 정비팀 일동은 “평생 기억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겼다.

추모 편지와 물품들은 단순한 애도가 아닌,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함께 비극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의 진심 어린 마음을 보여줬다.

12월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철조망에 고인을 기리는 파일럿 지망생의 편지가 붙어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12월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철조망에 고인을 기리는 파일럿 지망생의 편지가 붙어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시신 수습과 인도 작업도 현재 신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날 오전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희생자 179명 중 4명 인도를 완료했다. 그 외 175명 중 170명은 신원이 확인됐고, 5명은 현재 확인 중이다.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차례로 유족에게 인도되고 있다. 일부 시신은 심각한 손상으로 신원 확인이 지연되고 있어 DNA 감식을 통해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시신 인도가 이루어진 유가족들에게 장례 절차 지원과 심리 상담을 병행하고 있으며,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의 개인 물품도 신속히 확인해 유가족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