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역대급 실적'금융권, 비이자수익 강화로 여세 몰아간다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31 17:16

수정 2024.12.31 17:16

고금리 여파 역대 최고 실적 달성
금리인하기 이자수익 감소 대비
시니어 고객 중심 경영 전략 재편
디지털 전환 등 중장기 투자 심혈
'역대급 실적'금융권, 비이자수익 강화로 여세 몰아간다
역대급 가계부채와 고금리 여파로 은행들은 지난해 역대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일회성 비용'인 민생금융 지원에 4조원 이상을 돈을 푼 가운데서도 호실적을 냈다. 지난해 3·4분기까지 4대 금융그룹이 거둔 순이익만 모두 14조2653억원에 이른다. 전년동기(13조6107억원)보다 4.8% 늘었다.

은행업계는 올해 본격적인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에 대비해 단기적으로는 시니어 세대를 중심으로 한 비이자수익 증대 전략을 세우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과 정보통신 인프라에 투자하며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12월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과 금융지주들은 올해도 실적 상승을 이뤄내기 위한 전략 구상에 한창이다.

지난해 은행들은 홍콩항셍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논란과 함께 고금리 시기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금융당국의 중재로 일부 피해자에 대해 구제가 이뤄졌고, H지수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불완전판매 논란은 예상보다 빠르게 해소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금리인하기에 접어들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기업부채는 물론 은행의 '이자수익'도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현행 3.00%인 기준금리를 올해 2.50%까지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금리인하가 내수 회복과 원리금 상환부담 완화를 통해 가계의 소득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8월 0.40% 수준이던 연체율이 올해 말까지 0.3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으로 가계의 직접적인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들면 연체율 감소가 이뤄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연구소가 추정한 0.1%p 연체율 하락은 지난 3년간 고금리 시절 연체율 상승폭의 약 42%에 해당한다. 이는 연체 대출금액 기준으로는 25% 줄어드는 효과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이자수익 덕분에 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올린 것이 사실이지만 그에 비례해 수많은 재원을 투입해 사회공헌활동도 다양하게 전개했다"면서 "올해는 비이자수익과 글로벌 수익 강화를 위해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금리인하기 이자수익이 줄어들 것을 대비해 자산관리(WM) 수수료와 글로벌 진출에 투자하고 있다. 주요 거점에 WM 전문 점포를 개설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는 정리하는 방식이다.

역대 가장 부유한 '시니어'의 은퇴시즌을 맞아 이들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금융회사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705만명에 이르는 1차 베이비부머(19955~1963년생)에 이어 954만명의 2차 베이비붐 세대(1964~74년생)도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은퇴 이후 노동소득이 아닌, 금융소득을 설계하고 있는 이들은 이전의 시니어와 달리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자산 규모도 상당하다.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하나금융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70%는 노후 준비시 매월 고정적인 소득원 확보를 최우선적으로 걱정하고 있다.

또 은행들은 국내 기업이 진출한 해외 주요 경제 거점을 중심으로 신규점포를 내고 영업력을 확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인하기 수익성이 증가하는 증권사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금융지주들은 증권사 인력 보충에도 투자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앱 개발 및 데이터센터 투자 역시 중요한 과제다. 10대와 20대의 시중은행 이용률이 인터넷은행 대비 떨어지고 있는 만큼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해 모바일 접근성 강화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막개한 IT인프라 구축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이미 해외 은행들은 '클라우드 퍼스트', 'AI 퍼스트 뱅크'를 내걸고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막대한 전력과 비용은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일환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이 글로벌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서비스형뱅킹(SaaS) 클라우드 활용과 생성형 AI 도입에 있어 관련 문제를 풀어야 한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