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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한국 경제, EU와 통상 늘리고 정치불안 해소해야"[2025 한국경제진단 지상대담]

박소연 기자,

박소현 기자,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31 17:16

수정 2024.12.31 17:16

경제 연구기관 수장 3인에 듣다
대내외 불확실성 커져 수출 둔화
새해 성장률 1%대 후반 그칠 듯
통화 완화 유지하되 속도조절 필요
트럼프 리스크에 정국 혼란 겹쳐
고환율 여파 급격한 자금유출 가능성
해외투자자 신뢰 되찾기 시급
美 보호무역에 세계 관세전쟁 예고
韓, 내어줄 것과 얻을 것 분명히 해야
산업구조 변화 등 중장기 영향 대비를
"내우외환 한국 경제, EU와 통상 늘리고 정치불안 해소해야"[2025 한국경제진단 지상대담]

2025년 한국 경제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적인 금리인하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같은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강달러 기조 지속,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외부 변수와 내수부진, 가계부채 증가 등 내부요인이 혼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은 1~2%대로 엇갈리고 있으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 이항용 금융연구원장, 권남훈 산업연구원장 등 주요 연구기관 수장들과의 대담을 통해 2025년 경제전망과 정책과제를 조망했다. 이들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대내외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학계가 협력해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고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위험요인에 둘러싸여 있다. 올해 성장률을 1%대로 보는 전망도 있다. 주요 성장요인과 위험요인은.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완만한 내수(소비·투자)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둔화 영향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낮은 1%대 후반으로 전망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보편관세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경우 한국의 수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둔화는 순차적으로 투자와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만 AI 관련 글로벌 수요 확대로 반도체 등 수출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긍정적 요인이다.

▲이항용 금융연구원장=지난해 11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한 바 있다. 소비와 설비투자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건설투자는 수주부진 지속으로 역성장이 예상되고, 수출 성장세도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통상환경 변화와 최근의 국내 정치불안을 감안하면 성장률에 하방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2025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예상 성장률 2.2%보다 낮다. 하지만 이 전망치는 다른 기관들보다는 0.1~0.2%p 높은 것으로, 다소 낙관적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차이의 주요 원인은 모바일,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전방산업의 수요회복에 따른 반도체와 정보통신 기기 성장세가 비교적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 2기 정부의 통상정책은 위험요소다. 트럼프 당선자가 공언한 대로 보편적 관세를 부과할 경우에는 대미 수출이 7.8~11.6% 감소하고,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도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도 한다. 이에 대응하는 전략은.

▲이 원장=강달러 기조는 최근 몇 년간 미국의 경제성장이 여타 주요국 대비 예외적으로 좋았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경제가 계속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부분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여기에 국내 정치혼란까지 가중되면서 당분간 원화 약세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안정을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외환정책 수행의 적절한 시점과 폭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급격한 자금유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특히 해외투자자가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권 원장=강달러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트럼프 당선자의 재정지출 확대, 감세정책, 보편관세 등의 정책공약이 미국 내 물가 상승 및 그에 따른 금리인하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기대효과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정치불안 요소가 확대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별도의 고환율 장기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 원장=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강달러가 미국 입장에서 무역수지 개선에 부정적 요인인 점 등을 고려할 때, 달러화 강세가 2025년 중반 이후까지 지속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환율에 대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환율변동 완충제 역할을 해 온 외환보유고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기존 통화스와프 계약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또 신규 통화스와프 국가를 늘리는 등 금융안전망을 강화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한미 통화스와프 상설화를 추진해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등 국제 금융시장 움직임에 대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은.

▲이 원장=내수부진에 따라 통화정책은 완화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금리인하가 자칫 환율을 자극하거나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가져올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금리인하의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3.0%의 기준금리 수준에서 최종적인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폭은 제약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대내외 변수를 고려, 통화정책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금리인하 시점을 적절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정 원장=한은은 원칙적으로 일관된 통화정책을 통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단기적 상황 변화에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올해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을 고려해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적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미국보다 앞선 선제적 금리인하는 한미 금리차를 확대시켜 환율 상승,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을 야기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절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기업의 대응방안은.

▲권 원장=트럼프 2기 등장 시 1기에 비해 더 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공세적 통상정책이 예상된다. 직접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미국의 대한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위해 다양한 통상압박을 가해올 수 있으며,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및 관련한 통상압력도 높아질 수 있다. 산업별 상황에 맞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고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경쟁력 유지 정책이 필요하다.

▲정 원장=정부는 대미 무역흑자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우리 기업의 강점을 활용한 한미 간 윈윈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대미 무역흑자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자동차·반도체·조선·방산 등 한국이 확실한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는 공급망 재편에 대한 한미 양국 간 이해관계를 충족하며 윈윈할 수 있는 산업협력 모델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원장=주요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가 예상되는 점과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올해 우리 수출 증가세는 지난해에 비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되겠으나, 범용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전체적 시장점유율 유지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자동차 수출은 올해도 전반적인 통상환경 악화와 전기차 캐즘 등으로 제약될 것이다.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과 대출규제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추가 정책이 필요할까.

▲정 원장=근본적으로 수도권·지방 양극화 해소와 국가 균형성장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도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은 시장에 공급시그널을 전파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도 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진척 속도는 아쉬운 대목이다. 2024년 중반부터 본격화된 대출규제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낮추기는 했다. 그러나 부채 취약계층(다중채무자, 신용불량자 등)의 연체율이 상승하거나 고금리 대출로 떠밀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 원장=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과 은행의 실수요 위주 가계대출 유도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규제는 과열 조짐을 보이던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비교적 신속히 안정시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원리에 기반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과 DSR 강화를 근간으로 하는 가계부채 건전성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부동산 가격의 과열과 급락이 우리 경제에 가져오는 폐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트럼프 2기 정부가 가져올 글로벌 통상환경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그에 맞서는 우리의 정책방향은.

▲정 원장=트럼프가 공언한 고율관세가 실제 집행될 경우 상대국도 보복관세로 대응할 수 있어 세계가 관세전쟁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트럼프가 무차별적 관세 인상보다는 대미 무역흑자국을 대상으로 관세를 도구로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트럼프 2기 보호무역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 유럽연합(EU)과의 통상협력 확대도 필요하다. EU와 미국 간 관세전쟁이 발생한다면 유럽에서 한국이 미국 상품을 대체할 수 있는 기회도 발생할 수 있다.

▲권 원장=트럼프 2기 정부에서 우리는 협상을 통해 내어줄 것과 얻어야 할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첨단전략산업과 주력산업 부문의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는 방향을 택해야 한다. 미국과 우방국 중심의 경제협력 및 분업구조, 공급망 재구축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을 분명히 선점하고, 그러한 역할에 기반하여 얻어낼 부분을 찾아야 한다. 트럼프 2기 집권 기간은 4년이지만 이 기간에 형성될 제도나 산업구조 변화 중에서는 훨씬 오래 영향을 미칠 것들이 있을 것이다. 단기적 변화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과 중장기적 영향이 큰 부분을 잘 나누어서 후자에 보다 중점을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는 'AI·디지털 대전환'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추진할 전략은.

▲권 원장=우리나라는 AI 후발국이다. AI 최선도국인 미국이나 국가가 정책을 주도하는 중국은 물론 그 외에 글로벌 경쟁에 이미 뛰어든 나라들과 비교해 봐도 우리의 상황이 좋다고 보기 어렵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보다 적극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며, 특히 민간기업 중심의 미국과 국가정책 주도형인 중국의 장점을 결합한 민관 협력형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투자는 민간 중심으로 하되 정부는 그에 따른 인센티브 보완 및 제도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 원장=AI는 생산성 향상, 새 일자리 창출, 고부가가치 산업 등장을 통해 일자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AI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가 차원의 AI 기술개발·확산 지원, 인재·인프라 확보, 표준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AI 기술개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AI의 국가전략기술 지정' 등 정부의 예산·세제·금융 지원 확대가 있어야 한다.

psy@fnnews.com 박소연 박소현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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