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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충돌을 예고한 2025년의 국제정치 [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07 06:00

수정 2025.01.07 06:00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트럼프 2기, MAGA 질서 구축 집중...자유민주주의 진영 결속력 약화 
 -권위주의 진영 연대 가속, 전략 균형 과정서 양측 충돌 가능성 커져 
 -권위진영, 공략 최적기...새 국제질서 설계서 공세전략 가동할 가능성 
 -美 관세 압박에 권위주의 진영 내 자유무역 기제 높여 우회·상쇄 대응 
 -민주진영에 맞선 권위진영 안에서도 리더십 장악 경쟁 가속화 관측 
 -시진핑 '신시대 중러관계' 언급 권위주의 결속 주도..선제 주문 성격 
 -SCO 회의, 권위주의 진영의 결속력을 높이는 다자외교 플랫폼 부상 
 -국익·안보 분기점...다자·소다자 외교 등 다양한 전략검토 시작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2025년의 국제정치는 진영 간(민주주의 vs. 권위주의) 전략 충돌이 극대화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 진영의 리더십 약화가 권위주의 진영에게 호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민주주의 진영의 결속력이 약해지는 빈틈을 역이용하여 권위주의 진영이 연대 가속화를 추진, 전략 균형을 이루려는 과정에서 충돌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과거 냉전과 현재의 신냉전이 다른 점은 냉전기는 미국 블록(Bloc)과 소련 블록(Bloc)이 직접적 대결을 펼쳤다면 신냉전은 민주주의 진영(League)과 권위주의 진영이 우회적 대결을 펼친다는 것이다. 한편 권위주의 진영의 대표적 국가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벨라루스다.
최근 권위주의 진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과 같은 핵심 국제안보 사안을 두고 유사입장국으로 그 기반을 만들어가며 그 결속력을 보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마찬가지로 북한군의 유라시아 전선 파병도 권위주의 진영의 연대를 높이는 단초가 되었다.

한편 트럼프 2기 출범은 권위주의 진영의 결속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민주주의 진영을 공략할 최적의 기회라는 판단이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LIO)’ 수호가 아닌 ‘MAGA 질서’ 구축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민주주의 진영의 결속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민주주의 진영이 느슨해지는 상황에서 권위주의 진영이 연대를 강화하면 새로운 국제질서 설계에서 그 주도권을 잡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공세전략을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미국의 거래적 접근에 집단으로 맞서기 위함이다. 미국이 관세 등으로 거세게 압박하면 강대국 중국이든 중견국 러시아든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국가들이 권위주의 진영 내에서 보호무역이 아닌 자유무역 기제를 높이면 미국발 관세 타격을 상쇄하거나 최소한 우회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양자외교 중심으로 거래적 접근을 하면 표면적으로는 이에 대응하되 무대 밖에서는 권위주의 진영에 의존한 다자적 상쇄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트럼프 2기 출범은 권위주의 진영 내 주도권 장악의 모멘텀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진영의 상대적 약화로 권위주의 진영의 존재가치가 더 주목되면 그 진영의 리더십을 차지하려는 경쟁도 가속화될 것이다. 이 경우 권위주의 진영 결속을 추동하는 국가가 그 진영의 리더십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신년 축전을 보내 “신시대 중러관계”를 언급한 것은 트럼프 2기에 맞추어 권위주의 진영의 결속을 높이는 데 있어 주도적 역할을 선제적으로 주문한 성격도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셈법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권위주의 진영은 2025년에 다양한 외교행보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중국 주최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가 권위주의 진영의 결속력을 높이는 다자외교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권위주의 진영 연대를 위해서 양자외교를 활발하게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해 러북 정상회담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수교 75주년이라는 시기적 모멘텀을 활용해 중러 정상회담도 성대하게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외교적 행보 외에도 권위주의 진영은 연합훈련, 연합작전 등 다양한 군사적 연대로 과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은 그러한 군사적 연대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권위주의 진영의 공세가 높아질 것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민주주의 진영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주어지게 될 것이다. 첫째, 유사입장국이 고도의 외교력을 발휘하여 트럼프 2기에서도 미국이 민주주의 진영의 리더십을 유지토록 유도하는 시나리오다. 문제는 유럽 등 유사입장국에게 대미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가동할 자산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 조선역량 등 대미 레버리지 제고를 위한 수단이 있지만 이를 풀어내려면 고도의 외교 및 전략과 연결되어야 시너지가 가능하다.

둘째, 소원해진 미국이 그 역할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도 유사입장국이 민주주의 진영의 결속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조하는 시나리오다. 미국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도 G7을 통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것도 이런 시나리오 정책화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인도-태평양 4개국(IP4) 플랫폼과 같이 미국이 포함되지 않는 소다자 협의체를 다양화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셋째, 민주주의 진영과 거리를 두며 각자도생 방식으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유사입장국의 의미는 퇴색되고 각자 국익집중형 정책에 집중하면서 다자외교뿐 아니라 소다자 외교도 그 비중과 위상이 약화되면서 양자외교에 몰두하는 양상에 놓이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에 작동하게 될 이러한 외교적, 전략적 역학관계 속에서 한국이 어느 위치에 서고, 어떻게 국익과 안보를 달성해야 할지 시대적 분기점에 서 있다.
이러한 분기점이 빠르게 다가오는 상황에서 최상의 선택을 하는 전략검토의 시작은 이러한 구도와 전망을 냉철하고 정교하게 읽어내는 것에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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