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충주고아원 갔다던 김윤성, 너의 원래 이름은 순기란다" [잃어버린 가족찾기]

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06 18:37

수정 2025.01.06 18:37

청계천서 목격 후 50년째 실종
고아원서 수녀가 새이름 지어줘
‘엉덩이에 연탄불 덴 흉터’ 단서
전국 찾아헤맨 부인도 세상떠나
"충주고아원 갔다던 김윤성, 너의 원래 이름은 순기란다" [잃어버린 가족찾기]
"3끼 먹는 게 큰 자랑이던 시절이에요. 생활이 빠듯한 살림에 아이까지 잃어버려 많이 힘들었어요."

아버지 김칠규씨는 첫째아들 김순기씨(현재 나이 만 53세·사진)를 잃어버린 1975년을 이렇게 회상했다. 서울 옥수동에 살던 김씨 가족은 지인이 있는 하류 청계천변 판자집이 모여있는 동대문구 답십리4동(현 용답동) 뚝방촌으로 이사와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여름이 시작되는 7월 5일 오후 2시쯤, 김씨는 당시 만 4살의 준원씨가 청계천 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목격했다. 준원씨 앞에는 김씨의 아내가 걸어가고 있었다. 김씨는 지인의 집에 하룻밤 지내러 간 엄마를 준원씨가 쫓아 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날 혼자 집으로 돌아온 아내를 보고서야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곧장 다리를 건너 성동구 관할 파출로 달려갔다. 그러나 당시에는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아이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없었다고 김씨는 하소연했다. 김씨는 "CC(폐쇄회로)TV는커녕 아무 장비도 없었다. 길가다 사람이 죽어도 그런가보다 하던 시절"이라며 "아이 하나 잃어버린 것이 아무것도 아니었다. 경찰에서 해준 게 없다"고 했다.

반년이 지나 다시 파출소를 찾아가자 경찰은 당시 서대문구 응암3동에 있는 시립아동보호소를 가보라고 조언했다. 이 보호소는 서울시 내 실종 아동이 모이는 곳이었다. 김씨는 보호소에서 순기씨를 돌봤다는 윤테레사 수녀를 만날 수 있었다. 사진을 본 이 수녀는 "조금만 일찍 오지"라며 안타까워 했다. 한달여 전 순기씨를 지방의 한 고아원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말이 느린 순기씨의 이름을 알 수 없어 '김윤성'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고 했다. 보호소 소장과 이 수녀의 성을 합쳐 만든 이름이었다.

순기씨를 충북 충주로 보냈다는 수녀의 말을 따라가려 했지만 충주에는 당시 고아원이 없었다. 이후 아내는 큰 고아원이 있다는 소문만 들으면 전국으로 순기씨를 찾으러 다녔다. 김씨는 매번 허탕을 치는 아내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순기씨를 찾는 노력에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순기씨를 찾지 못하고 세월을 흘려보내며 평생 첫째아들을 찾아 헤맨 김씨의 아내는 8년 전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아내를 떠나보낸 이후에도 순기씨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5년여 전에는 순기씨에게 이름을 지어준 윤 수녀가 전남 광주에 있다는 사실을 천주교 재단을 통해 파악하고 찾아갔다. 엉덩이에 연탄불에 데인 흉터가 있는 순기씨에 대해 캐물었지만, 이 수녀는 자신이 5개월여를 돌본 순기씨를 기억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아이가 본인 품을 거쳤고, 세월이 너무 흘렀다고 했다.

김씨는 "당시는 전화국에 월세를 내는 '청색전화'도 한 동네에 한 대가 겨우 있을 정도로 정보가 귀했다"며 "이 시절에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어 안타깝다.
빨리 아이를 찾고 싶다"고 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