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CATL '중국군 지원 기업' 명단에 포함
향후 미 재무부 통해 해당 기업 제재 압박 가능성
전기차 시장 큰 미국, 한국 배터리 업체엔 기회
향후 미 재무부 통해 해당 기업 제재 압박 가능성
전기차 시장 큰 미국, 한국 배터리 업체엔 기회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중국간 기술 패권 경쟁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 출발점은 이차전지 등 배터리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중국 배터리 업체에 밀려 고전하는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으로선 미중 간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관보에 '중국 군사 기업' 명단을 공개했다. 중국 최대 배터리 생산업체 CATL이 게임회사 텐센트 등과 함께 추가되면서 명단에 오른 기업은 134개가 됐다. 미 국방부는 이들 기업이 중국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중국 군사기업으로 지정된다고 CATL이 당장 미국 정부의 제재나 수출통제 등의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2024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은 국방부가 내년 6월 30일부터 이런 기업들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 미 재무부에 이들 기업을 제재하라는 압박을 가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배터리산업협회 김승태 정책지원실장은 8일 "트럼프 2기의 미중 관계는 새로운 긴장과 도전이 예상된다"며 "미국에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춘 우리 배터리 기업은 중국 기업을 대신해 미국 현지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은 배터리 제조 기술 역량이 없어 그동안 중국 배터리 공급망에 의존해 왔다"며 "우리 기업들이 미국의 약점을 해소하는 해법을 제공할 수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어필하면 좋을 듯 하다"고 밝했다.
최근 중국 기업에 밀려 처음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대까지 추락한 한국 배터리 3사는 표정 관리 중이다.
SNE리서치는 한국시간으로 6일 발표한 지난해 1~11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합산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3.5%포인트 하락한 19.8%라고 전했다. 이들 3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0년 34.8%로 고점을 찍은 뒤 2021년 30.5%, 2022년 24.6%, 2023년 23.3%로 줄곧 내림세다.
일단 미 국방부 조치에 배터리 업계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CATL을 미국 정부가 직접 거론한 사실 만으로도 '놀랍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지만, 기대해 볼 만한 내용"이라며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매 권역은 중국, 유럽, 미국과 나머지로 구분되는데 중국과 유럽 미국의 비중이 각각 3, 나머지가 1"이라며 "이는 전기 자동차도 다르지 않은데 중국과 유럽의 전기 자동차 시장은 중국의 배터리 업체가 장악한 상태"라고 말했다.
중국 내수 시장은 물론 유럽에서 중국 기업들이 규모를 키울 수 있었던 건 중국의 배터리 등 2차 전지 업체와 전기차 업체들이 르노, 볼보 등 유럽의 완성차 업체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배터리 경쟁을 주도하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이라며 "시장 규모가 큰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일 수록 한국으로선 미국 시장 안착이 유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전략적으로 미국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승태 실장은 "미국의 국방 안보와 에너지 독립 분야에서 중국의 배터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안보 협력사업을 우리 기업들이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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