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상대방의 이익을 잠식, 우회적 방식의 전투
-특정 어려운 강압, 대응 어렵게 활용하는 전략·전술이 회색지대 개념
-지난해 11월 발트해서 해저케이블 절단 등 중러 연합 회색지대전술 발생
-발트해→인-태 해역→대만 인근 해역 등 확대... 중러 배후 선박 소행 의심
-전 세계 깔린 500여개의 해저케이블 보호...국제·해양안보 문제로 확장돼
-한국 13개 해저케이블 운영, 손상·절단 등 회색지대전술 관리 필요성 커져
-북중 사드 보복 서해 내해화...천안함, 소형잠수정 침투 등 프레임 가동 중
-한국 해저케이블 보호 중·장기적 시각서 민·관·군 다양한 노력 가속화해야
[파이낸셜뉴스]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상대방의 이익을 잠식, 우회적 방식의 전투
-특정 어려운 강압, 대응 어렵게 활용하는 전략·전술이 회색지대 개념
-지난해 11월 발트해서 해저케이블 절단 등 중러 연합 회색지대전술 발생
-발트해→인-태 해역→대만 인근 해역 등 확대... 중러 배후 선박 소행 의심
-전 세계 깔린 500여개의 해저케이블 보호...국제·해양안보 문제로 확장돼
-한국 13개 해저케이블 운영, 손상·절단 등 회색지대전술 관리 필요성 커져
-북중 사드 보복 서해 내해화...천안함, 소형잠수정 침투 등 프레임 가동 중
-한국 해저케이블 보호 중·장기적 시각서 민·관·군 다양한 노력 가속화해야
회색지대전술은 직접적인 전투를 피하면서도 동시에 레드라인을 넘지 않거나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상대방의 이익을 잠식하여 자신의 이익을 점진적으로 축적시키는 우회적 방식의 전투다. 특히 그 공세의 주체를 특정하기 어려운 기제를 강압하여 상대방이 명확한 대응을 어렵게 하는 데 주로 활용된다. 회색지대 개념은 전술적으로 적용될 수도 있고,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회색지대전략도 있고 회색지대전술로 펼쳐진다. 다만 회색지대전술이 축적되면 전략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회색지대 개념은 주로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자주 사용하지만, 민주주의 진영의 국가들도 종종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 해저케이블 손상이 회색지대전술의 공식에 포함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11월 러시아와 중국이 연합 회색지대전술 성격으로 해저케이블 절단에 나섰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트해에서 발생했다. 러시아 발트해에서 출항한 중국 선박(이펑 3호)이 항해하면서 11월 17일에 스웨덴-라투아니아 연결 해저케이블이 절단되었고, 18일에는 핀란드-독일 구간 해저케이블이 절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격자의 회색지대 공세 이유는 무엇일까? 중립국을 표방해 온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안보위기를 느껴 전격적으로 나토에 가입한 바 있다.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을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삼을 정도로 나토를 경계하고, 중국도 나토에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들 국가가 나토를 압박하고 나아가 국제질서 변경을 강압하기 위해서 연합 공세에 나섰을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다. 한편 덴마크 해군은 이펑 3호를 나포했지만 중국이 협조를 거부하며 정확한 상황은 밝혀지지 않고 유야무야되었다. 공격 주체 입장에서는 회색지대전술의 기대효과를 그대로 거둔 것이 되었다.
12월 25일에는 핀란드-에스토이나 구간 해저케이블이 손상을 입었는데 유조선인 이글에스(Eagle S)가 의심선박으로 지목되었다. 이글에스는 태평양 도서국인 쿡에 선적등록이 된 선박이지만 러시아가 제재 우회용으로 운용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었다. 따라서 러시아가 해저케이블에 손상을 입힌 주범으로 의심을 받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회색지대 공세가 점증하면서 발트해에서 해저케이블 보호는 일회성 관심을 넘어 해양안보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이 되었고 공격대상이 된 국가들은 서둘러 나토와 협력하여 대응하겠다고 선포하는 양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발트해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해역에서도 해저케이블 손상 문제가 불거지는 양상이다. 특히 대만 인근에서 해저케이블이 절단되고 그 주체로 중국이 의심을 받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해경에 해당하는 대만의 해순서는 2025년 1월 3일 중국화물선 순싱39호가 대만 북부 해저케이블을 손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부산으로 향하고 있는 해당 선박 조사를 위해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대만 인근 해저케이블이 회색지대전술의 적용대상이 된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23년 2월에는 대만 인근에서 2개의 해저케이블이 손상되었는데 모두 중국 국적 어선과 화물선이 공격 주체로 의심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약 500여개가 설치되었다는 점에서 해저케이블 보호는 국제안보이자 해양안보의 문제로 확장되는 역학에 놓여있다. 더욱이 최근 해저케이블을 손상하거나 절단시킬 수 있는 수단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닻을 이용한 절단 등 재래식 방법 외에도 수중드론, 수중로봇 등을 이용한 수단 적용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13개의 해저케이블을 운영하고 있기에 해양안보 영역에 이 문제를 포함해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다. 진영 간 대립이 치열한 신냉전 구도에서 비유사입장국이 한국에 대한 외교적·전략적 강압을 위해 해저케이블 손상·절단이라는 회색지대전술을 적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이 이미 회색지대공세의 대상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팩트에도 주목해야 한다. 사드보복은 중국의 회색지대전략 기제로 이루어졌다. 최근 중국의 서해 내해화 시도 움직임도 회색지대전략 차원에서 장기 프레임으로 가동시키고 있다. 북한의 천안함 피격도 회색지대전술이 적용된 사례다. 북한이 소형잠수정을 이용한 은밀한 공격으로 공격 주체 특정에 상당한 시간소요를 강압하는 방식으로 단호한 자위권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한 정세와 역학 판단을 고려하여 한국도 단기적 관심과 처방에 그치지 말고 해저케이블 보호를 중·장기적 시각에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민·관·군이 모두 나서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학계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세미나 등을 활용해 트랙 2 플랫폼을 가동시키고, 트랙 1에서는 트랙 2에서 제기된 여러 사안을 검토하여 이를 정책화하는 등 범정부적 노력을 가속화해야 할 시기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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