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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정치 리스크에 멈춰버린 과학기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08 18:26

수정 2025.01.08 19:04

김만기 정보미디어부 차장
김만기 정보미디어부 차장
과학기술 관련 연구기관의 기관장 공백이 너무 많다. 첨단 과학기술이 국가의 존립과 명운을 좌우하는 글로벌 기술 패권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심각하다.

8일 기준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 및 출연연구기관과 부설기관을 포함한 63곳 중 20여곳이 기관장 공석이거나 전임 기관장이 직무대행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장 오랫동안 원장 선임이 늦어지고 있는 곳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다. 지난해 3월 전임 원장의 임기가 끝났지만 아직까지 선임이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도 10개월간 수장을 뽑지 못했다. 카이스트(KAIST)의 총장도 조만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이 선임된 뒤 계엄 선언 이후로 모든 인사라인의 활동이 정지된 상태다. 지금까지 이 정도로 오랜 기간 기관장 선임이 미뤄진 사례가 없다.

계엄 선언 이전에도 공공연한 비밀처럼 대통령실에서 내려오는 명단이 상당 기간 지체됐었다. 새 정부의 색깔에 맞는 기관장을 임명하려니 결정하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얘기다.

그 결과 해당 기관은 임기가 끝난 원장이 부자연스러운 동행을 하면서 새로운 비전과 목표 없이 표류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연구자가 연구하는 것이지 원장이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기관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원장이다.

그나마 최근 과기정통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우주항공청 산하 연구기관 이사회에서도 미뤄졌던 기관장 선임 절차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당장 3배수 후보가 추려진 기관의 원장부터 뽑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관은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 한의학연구원, 생명공학연구원 등으로 해당 후보들은 그나마 인사검증을 마친 상태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도 지난해 간담회에서 "임기가 끝난 기관장 공모는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NST도 신임 원장을 선임하기 위한 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동안 관행처럼 윗선의 결정 없이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임 절차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심사회의에 들어가 보고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과 연구개발이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연구기관이 정권에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monarc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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