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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국"… 트럼프가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탐내는 진짜 이유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09 09:01

수정 2025.01.09 09:01

기후변화가 그린란드·파나마 운하의 중요성 키워
북극 얼음 녹으며 북서항로 현실화… 러시아 적극 활용
그린란드와 북극해 매장된 희토류… 中 의존도 낮출 것   
중국, 수위 낮아진 파나마 운하에 투자하며 영향력 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장악에 노골적으로 의사를 드러내는 이유가 중국과 러시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는 중국, 러시아의 확장을 막고 지정학적 우위를 차지하는 데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가 중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미국 현지 언론인 USA투데이는 8일(현지시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2명의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북쪽의 외딴 섬인 그린란드와 중앙아메리카의 해안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에 꾸준히 관심을 표명했다.

지난 7일엔 플로리다의 마러라고리조트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파나마 운하와 덴마크 왕국 내 자치령인 그린란드의 통제권을 빼앗는 데 군사적 또는 경제적 강압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안보 목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이는 자유 세계를 보호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로부터 자원까지… 그린란드 중요한 이유

트럼프 1기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며 그린란드 문제를 담당한 존 볼턴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치 지도자들이 100년 이상 이 섬을 통치하는 데 관심을 가져왔다"며 트럼프 발언이 새로운 건 아니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북극에서 본 세계 지도를 봐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볼턴은 "미국,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등 4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가 북극권의 절반을 포함하는 영토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러시아도 포함"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이미 그린란드에 군사 기지를 두고 있지만, 섬 전체에 대한 통제력을 갖게 될 경우 워싱턴이 러시아는 물론 최근 중국의 팽창으로부터 자국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린란드가 안보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 보게 된 이유는 공교롭게도 기후 위기에서 비롯했다. 볼턴에 따르면 북극권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북미, 유럽, 아시아를 잇는 짧은 해상 운송로인 북서 항로는 현실이 됐다.

볼턴은 "북극권 전역을 방어하는 능력을 누가 보유하느냐가 중요해진 이유다. 중국이 세계 강국이 되는 데 북서 항로에 관심을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린란드와 북극권 해저에 묻혀 있는 자원에도 주목했다. 바로 희귀 자원인 희토류다.

볼턴은 "사람들은 이 땅이 그저 얼음으로 덮여 있다고 생각하지만, 러시아 툰드라처럼 그 아래 무엇이 있는지 누가 알겠느냐"고 되물었다.

볼턴과 함께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국가안보부 차관보를 지낸 찰스 쿠퍼먼도 희토류 회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그는 "컴퓨터, 휴대전화와 첨단 기기에 사용되는 이런 소재의 대부분을 보유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훨씬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파나마 운하를 장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린란드와 함께 파나마 운하의 중요성도 꾸준히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1900년대 초 모기가 들끓는 늪을 이용해 51마일 길이의 수로를 건설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자했다. 그럼에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을 파나마 정부에 이양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파나마 운하를 중국이 장악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이 전략적 수로를 사실상 장악했으며, 이를 통해 베이징은 워싱턴에 비해 막대한 경제적, 군사적 이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1달러에 그걸 줬지만, 거래 내용은 공평하지 않다"며 "파나마는 다른 나라의 함선보다 우리 함선에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혜택을 입은 건 중국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지어진 가장 수익성 있는 구조물 중 하나에서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장악한 계기 역시 기후 변화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유엔보고서는 심각한 기후 변화로 가뭄이 계속되면서 파나마 운하의 수위가 급격히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선박의 물류 적체 현상이 발생했고 중국은 운하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쿠퍼먼은 USA투데이에 "중국은 파나마는 물론 남미 전역 등 서반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의 투자가 미국에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볼턴과 쿠퍼먼은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미국의 글로벌 무역과 군사 전략에 힘을 실으려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나마 운하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과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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