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기업들 "사업계획 다시 짤 판"... 70%가 올 환율 1400원대 전망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09 10:05

수정 2025.01.09 10:05

대한상의 국내 50대 기업 대상
주요 대기업 환율 영향 조사
63% 이미 1300원대 환율 적용
현 수준 장기화땐 수정 불가피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대기업 10곳 중 6곳이 새해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환율을 1300원대로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이 장기화되면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기업들은 환율 리스크를 발생시킬 요인으로 국내 정치 불안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무역정책을 꼽으며, 외환 유동성 지원 확대와 긴급상황 발생 시 외환시장 안정조치 마련을 희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대기업 환율 영향 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기업들이 2025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적용한 원·달러 환율은 1350~1400원이 3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1300~1350원이 29.6%로 뒤를 이었다.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사업계획 수립에 12300원대 환율을 적용한 셈이다.

반면, 현재 환율 수준인 1400~1450원을 적용한 기업은 18.5%였다. 1450~1500원 범위로 환율을 예측하고 적용한 기업은 10곳 중 1곳(11.1%)에 그쳤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기업들의 사업계획 수립 시 적용 환율과 실제 환율과 갭이 발생하면서 환율이 높아지면 충격을 줄이기 위한 사업계획과 환율 기준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로 1430원까지 오른 뒤, 같은 달 18일 미국 연준이 2025년 금리인하 횟수를 조정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며 1450원을 돌파했다.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표결 직후에는 1470원을 넘어섰다가 현재 1450원대 환율을 유지하고 있다.

대기업 10곳 중 4곳(44.4%)은 올 상반기 환율 수준을 1450~1500원으로 전망하며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1400~1450원은 25.9%로 뒤를 이었다. 1500~1500원도 18.5%로 적지 않았다. 1350~1400원 미만으로 관측한 곳은 11.2%에 그쳤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기업들은 예측을 벗어난 고환율로 '원자재 및 부품 조달 비용 증가'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해외투자 비용 증가 △수입결제시 환차손 발생 △외화차입금 상환 부담 증가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환율상승은 수출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있어 수출 주도형인 우리경제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엔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증가하고, 환헷지 달러화 결제가 늘어나면서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특히 우리 대기업들은 가격보다 기술과 품질 경쟁이 치열한데, 고품질 원자재 수입가격이 오르면 영업이익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율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는 잠재 요소로 10곳 중 9곳(85.2%)이 '국내 정치적 불안정 지속'을 꼽아 국정안정이 시급한 과제로 나타났다
불안정한 환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과제로는 △기업에 대한 외환 유동성 지원 확대(63.0%) △긴급 시 외환시장 안정조치 시행(63.0%)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안정성 확보와 긴급 대책 마련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차원의 대응책으로는 74.1%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꼽았다. 생산비 증가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환율 상승이 자본유출과 대외신인도 하락 등 '눈덩이 효과'처럼 확대되지 않도록 외환시장 안정화와 기업 유동성 지원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와 더불어 우리 경제의 과감한 체질개선과 구조적 전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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