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관저 인근 상가 '몸살'
화장실 가야하는 집회 참가자
사유지로 몰려들어 분쟁 촉발
화장실 가야하는 집회 참가자
사유지로 몰려들어 분쟁 촉발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49)는 자신의 가게 밖 건축물 기단 부분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싼 찬반 시위로 대통령 관저가 위치한 한남동에 때아닌 '화장실 분쟁'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남동의 경우 유동 인구가 거의 없다시피 한 '조용한 주택가'이므로 공중화장실이 많이 없다"며 "그렇다 보니 시위하시는 분들이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서 가게로 밀려 들어온다"고 토로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남동과 광화문 광장 등 서울 곳곳에서 연일 집회가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화장실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 집회 참석자들의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화장실이 필요하지만 '화장실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주변 주택과 상가는 집회 소음과 교통 체증에 화장실 무분별 이용까지 '3중고'를 겪고 있다.
이날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남북으로 500m 이내의 공간에서는 외부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을 찾기 어려웠다. 이용하려면 인근 회사건물과 쇼핑몰 등에 몰래 들어가야 하는 실정이다.
한모씨(70대)는 "화장실 한 번 이용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며 "공중 화장실이 한강진역이나 육교 밑에 하나씩 있는데, 육교를 건너 거야하고 이마저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항상 만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집회 참가자 A씨(60대)는 화장실을 자주 가지 않으려고 아예 물마시는 것을 참는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 공중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화장실을 사용할 곳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위대는 공공에 개방되지 않은 개인용 화장실을 찾는 경우가 잦다. 문제는 시위대의 화장실 사용이 소상공인 등 개인용 화장실을 운영하는 이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는 데 있다. 한남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백모씨(40)는 "가게의 화장실을 손님을 위해 운영하는데 시위대분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해 위생상의 문제 등이 발생한다"며 "화장실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면 밑도 끝도 없이 모욕적인 언사를 한다"고 말했다.
공중화장실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화장실 인프라'가 워낙에 부족하다 보니 공중화장실로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또 공중화장실 관리인들은 시위대의 '화장실 매너'가 좋지 않다고 입 모아 말했다.
안국역 인근에 위치한 한 관공서 청소부 B씨는 "요즘 화장실에서 나오는 쓰레기양이 체감상 10배는 늘어난 것 같다"며 "청소를 자주 해도 소변기 주변에 오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아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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