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랙록, 다국적 탄소중립 단체 탈퇴 "실무와 맞지 않아"
월가, 민주당 정부 출범 이후 앞 다퉈 친환경 탄소중립 단체 가입
공화당 트럼프 정부 임박하자 잇따라 조직 탈퇴
정권따라 바뀌는 행보에 '보여주기식 마케팅' 비난도 나와
월가, 민주당 정부 출범 이후 앞 다퉈 친환경 탄소중립 단체 가입
공화당 트럼프 정부 임박하자 잇따라 조직 탈퇴
정권따라 바뀌는 행보에 '보여주기식 마케팅' 비난도 나와

[파이낸셜뉴스] 미국 민주당 정권에서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친환경 모임에 참여했던 미국 금융사들이 화석연료를 옹호하는 트럼프 2기 정부를 앞두고 잇따라 모임에서 탈퇴하고 있다. 이번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친환경 단체에 등을 돌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미국 블랙록이 ‘넷제로(탄소중립)자산운용사이니셔티브(NZAMI)’에서 탈퇴했다고 전했다. 필립 힐데브란트 블랙록 부회장은 이날 고객사에 보낸 서한에서 “NZAMI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블랙록의 실무 관행에 혼란이 발생했으며 이는 여러 공공기관이 블랙록을 법적으로 조사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블랙록 측은 세계 고객사 중 3분의 2가 탄소중립 목표에 찬성했기 때문에 NZAMI에 가입했지만 이러한 문제 때문에 탈퇴한다고 설명했다.
NZAMI은 2020년 12월에 설립된 국제 자산운용사 모임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추진하는 탄소중립 사업의 공식 파트너다. NZAMI의 회원사는 최소 325개로 이들이 관리하는 자산만 57조5000억달러(약 8경3927조원)에 이른다. NZAMI의 목표는 세계 각국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기업들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까지 낮추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블랙록을 비롯한 미국 자산운용사들은 탄소중립을 지지하는 민주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앞다퉈 탄소중립 단체에 가입했다. 블랙록은 2021년에 NZAMI에 가입했으며 2022년에는 탄소중립 목표를 세운 기업에 대한 투자비율을 2030년까지 75%로 늘린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 11개주의 공화당 주(州) 법무장관들은 지난해 11월 텍사스주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들은 블랙록과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를 포함한 미국 3대 자산운용사들이 투자한 석탄 기업에 탄소 배출 감축을 압박했다며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매체들은 탄소중립을 배척하고 화석연료 산업을 옹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번째 취임이 약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며, 블랙록의 이번 행보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의심했다. 이미 은행권에서는 탄소중립 조직에서 손을 떼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달 7일 발표에서 ‘넷제로(탄소중립)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한다고 밝혔다. 2021년 설립된 NZBA 역시 NZAMI와 비슷한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JP모건의 탈퇴로 미국 주요 은행 6곳이 모두 NZBA를 떠났다. NZAMI의 경우 2022년에 뱅가드가 탈퇴했으며 스테이트스트리트는 아직 회원으로 남아있다. 핌코와 골드만삭스자산운용는 애초에 가입하지 않았다.
미국 좌파 소비자단체인 퍼블릭시티즌의 트레이시 루이스 기후 정책 대표는 금융사들의 탄소중립 조직 연쇄 탈퇴를 비난했다. 그는 “금융사들이 2020~2021년에 말햇던 것들이 단지 ‘보여주기식’ 마케팅에 불과했다는 점이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사들의 탈퇴는 차기 미국 정부를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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