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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핵심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사 수를 19명으로 상한을 설정하는 고려아연 측 안건에는 찬성했고 이사 후보로는 영풍·MBK파트너스 측 후보 4명 선임안에만 찬성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SS는 기관투자자들에게 발송한 고려아연 의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에 반대했다. 일반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에게 유리한 제도지만 이번 경우에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봐서다.
실제로 집중투표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 더 유리한 제도란 분석이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1주 당 이사 선임 안건마다 1주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주식 1주를 가진 주주 10명을 모은다고 가정하면 21명(고려아연 측 7명, 영풍 측 14명)의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210주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주식 10주가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선 주식 210주로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반면 각각 1주씩 주주가 5명일 경우 의결권 합은 이보다 낮은 105주에 그친다. 주식 5주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사실상 105주인 셈이다.
ISS는 "현 경영진인 최 회장 측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임시킬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영풍·MBK가 추구하는 이사회 재편이 약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사 수 상한 안건에 대해선 "이사 수 상한이 이사회 변화를 막는 것이라는 영풍·MBK 입장에 공감한다"면서도 "이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이사회 규모가 과도하게 확대돼 의사결정이 마비되고 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SS의 찬성 권고를 받은 후보는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사외이사 후보인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 등이다.
나머지 영풍·MBK 측 후보들과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7명 전원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냈다. 권순범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의 건에는 찬성했다.
ISS는 영풍·MBK 측 이사 4명이 포함된 16명의 이사회가 현 이사회보다 민첩하고 기능적으로 운영되고, 새로운 시각과 활발한 토론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최 회장 측 인사로만 채워진 현 이사회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ISS가 찬성한 영풍 측 이사 4명에 대한 신규 선임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2명, 영풍 측 5명으로 꾸려진다.
이후 3월 주총에서 최 회장 측이 5명의 이사 재선임에 실패하면, 최 회장 측 7명, 영풍 측 5명으로 격차가 줄어든다. 영풍 측이 3명 이사를 신규 선임하면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영풍 측이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표 대결에서 승리한다고 가정할 경우 3월 정기 주총에서야 이사회 과반 확보가 가능하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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