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관세 위협요인 지적

국제통화기금(IMF)이 보호무역과 관세 인상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폭을 경고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총재는 전날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을 만나 트럼프의 관세 위협을 둘러싼 불안감을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 각국의 경제 정책이 올해 "상당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통상정책이 종잡을 수 없는 불확실성을 마주하게 됐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예바는 "이런 불확실성은 실질적으로 전 세계 장기 금리 상승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한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물리는 보편관세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그가 국가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가 20일 취임 당일에 최소 25개의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한다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멕시코와 캐나다가 미국행 마약과 불법이민자를 막지 않으면 25% 관세로 보복한다고 위협했다. 이는 2026년으로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개정 협상을 노린 포석으로 추정된다. 트럼프는 같은달 중국에서 제조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계속 미국에 흘러든다며 보편관세와 별도로 중국이 펜타닐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10%의 관세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게오르기예바는 세계 각국이 트럼프의 무역 정책과 더불어 세금과 규제 완화 등 전반적인 경제 정책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에 더 깊숙하게 통합된" 나라들이 특히 트럼프의 보호무역 행보에 충격을 크게 받는다고 우려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산하 아시아경제연구소는 트럼프가 멕시코·캐나다·중국을 상대로 제기한 관세 위협을 실행한다면 3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3.8%, 1.2%, 0.3% 감소하며 전 세계 GDP 역시 0.3% 줄어든다고 추정했다. 미국 GDP는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미국에서 열린 2025년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석한 필립 R 레인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을 추종하며 무역 장벽을 쌓을 경우 세계 실질 GDP가 최대 9%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한편 게오르기예바는 이번 주 공개될 IMF의 '2025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이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한편, 유럽연합(EU)은 '일부 정체'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게오르기예바는 중국의 경우 물가하락 압력과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저소득 국가들은 상당한 부정적 충격에 내몰린다고 추정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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