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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현대차 AI 동맹’ 과감한 기술혁신 기회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12 19:28

수정 2025.01.12 19:28

엔비디아와 파트너십, 양사가 윈윈
기업들 AI시장 개척에 전폭 지원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6일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2025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6일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2025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그룹이 차세대 모빌리티 개발을 위해 인공지능(AI) 반도체 강자인 미국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지난 9일(현지시간) 체결했다. 엔비디아가 개별 기업이 아닌 기업집단과 사업협약을 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라고 한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자사 AI칩과 플랫폼을 상용화할 절호의 기회여서 양사가 윈윈하는 모델이다. 제조업과 AI 산업 간의 합종연횡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일이기도 하다. 협약 체결 소식 직후 현대차그룹 주가가 6% 이상 오른 것도 시장의 높은 기대를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5년래 자율주행, AI로봇, 스마트팩토리 등 미래사업 확장을 위해 이종산업과 공격적 협력에 나서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우버 등과의 자율주행 모빌리티와 서비스 개발을 위한 협업, 미국 1위 완성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의 포괄적 제휴 등이 그런 것이다. 엔비디아와는 AI 플랫폼과 AI칩을 현대차의 자율주행차, 그룹사인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AI로봇 개발 등에 활용한다. 현대차그룹이 "보다 똑똑한 차량을 만들고 혁신적인 AI 로봇을 개발할 환경을 갖추게 됐다"고 자평한 것도 이런 의미다.

AI 혁신은 놀라운 속도로 전개 중이다. 10일 폐막한 CES에서도 인류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는 AI 기술이 해가 갈수록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계 1위 완성차 기업 도요타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자율주행·로보틱스·스마트홈과 같은 AI 기술이 집약된 실험도시 '우븐시티(Woven City·그물망 도시)'를 상용화하겠다고 깜짝 발표한 것도 이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한 기업이 원자재부터 SW, 완제품을 수직계열화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융합과 협업, 즉 엔비디아와 같은 AI 선두주자와의 기술동맹이 생존과 경쟁 우위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 AI 산업은 기하급수적으로 기술과 세력이 확장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협력이 늦을수록 추격은 더 어려워진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협업도 과감한 도전과 혁신의 하나라고 본다. 삼성, LG, SK 등 세계시장을 이끄는 대표기업들도 적극적 동맹으로 AI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주요국들은 반도체와 함께 AI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등과 같은 AI 상용기술이 양적에서 이미 미국을 앞섰고, 내용 면에서도 추월이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당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 CATL 등 중국 대표기업을 압박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을 차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과 대만도 AI 강국에 오르기 위해 수조원을 투자해 자국의 첨단제조·소재부품 등 모든 인프라를 활용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모두가 우리의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인 것이다. AI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들을 돕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할 수 있는 방안을 모두 찾아야 한다.
규제완화, 연구개발(R&D) 세제 지원, 테스트 인프라 확충, 주 52시간 규제 예외 등 한둘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