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인간형 로봇 주목
브라운 필드형 전략 매력
산업 가치사슬 활용해야
브라운 필드형 전략 매력
산업 가치사슬 활용해야

천문학적인 금액의 신산업 투자를 결정하려면 미래 시장에 대한 확신이 서야 한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할 신산업 진출을 놓고 글로벌 기업들이 고심하는 대목이다. 최근 폐막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는 기업들의 이런 의사결정 장애를 상당히 풀어줬다. CES에 등장한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확신에 찬 AI 시장 예찬론 때문이다. AI 진화를 넘어 본격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의 개막을 선언한 그의 발언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젠슨 황의 AI 예찬론은 단순히 주관적 자신감이나 현란한 수사학에 머물지 않는다. CES에 앞서 지난해 11월 홍콩 등에서 그가 이미 언급한 AI 성장 가능성과 성공 포인트를 곱씹어 봐야 한다.
젠슨 황은 AI와 로봇공학의 결합으로 성장할 세 가지 로봇 유형으로 자동차 로봇, 드론, 휴머노이드 로봇을 꼽았다. 많고 많은 분야 중에 왜 이 세 가지를 유망 분야로 꼽았을까. 자동차 로봇은 지난 150년 동안 탄탄하게 기반을 닦은 자동차 산업 덕분에 쉽게 상용화될 수 있다. 드론은 하늘이라는 물리적 제약이 적은 공간을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중화에 적합하다는 그의 설명은 더욱 솔깃하다. 인간형 로봇은 인간의 체형과 동선에 맞게 설계돼온 환경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기업이 해외에 투자하는 방식인 '그린 필드'와 '브라운 필드' 간 차이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린 필드'는 해외에 투자하려는 기업이 스스로 땅을 매입하고 현지 국가로부터 인허가를 받아 공장을 세우는 직접투자 방식이다. 투자비와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최신의 생산기술 등을 이전하는 이점이 있다. 반면 '브라운 필드'는 현지에 이미 지어진 설비나 빌딩을 사들여 진출하는 식이다. 그린 필드형에 비해 빠르게 생산 및 판매 거점을 확보할 수 있지만, 피인수 기업이 지닌 취약점을 떠안을 리스크도 있다.
젠슨 황은 이러한 전통적 투자전략을 AI와 로봇공학이 결합한 로봇시장에 접목해 설명한다. 세 가지 유형의 로봇은 AI 기술이 상당히 진화한 점을 활용해 인간이 이미 구축한 실생활에 바로 투입될 수 있다. 특별히 새로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거대자본을 투입했다가 실패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영역이다. 게다가 기존 인프라에 AI를 쉽게 통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브라운 필드형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젠슨 황은 대량생산과 산업 확장이 가능한 또 하나의 근거를 제시한다. 바로 연구개발 플라이휠이 가속화될 것이란 주장이다. 원래 플라이휠은 기계공학에서 사용되던 회전 기계장치를 가리킨다. 세계적 경영 구루인 짐 콜린스는 이 기계공학적 개념을 2001년 출간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라는 책을 통해 '플라이휠 효과'라는 비즈니스 개념으로 소개했다. 플라이휠의 물리적 특성처럼 기업이 지속적인 노력으로 순환구조를 갖추면 어느 순간부터 기업의 성장도 가속화된다는 논리다. 아마존이 플라이휠 개념을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해 성공한 사례로 거론된다.
젠슨 황의 말을 종합하면, 브라운 필드 배치가 가능한 로봇 영역을 선점하기에 우호적인 사업환경이 갖춰져 있다. 아울러 연구개발 플라이휠이 가속화되면 기술혁신과 제품 개선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실현돼 기업의 성장도 가속화될 수 있다.
신산업 투자에 나설 때 맹신은 금물이다. 유행에 대한 편승이나 지나친 신중함도 사업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 스스로 AI 산업 성장이 가능하다는 명확한 진단을 내놓을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이어서 AI 기술을 활용한 사업의 가치사슬 구조를 꿰차야 투자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AI 슈퍼스타의 한마디에 부화뇌동하거나 쩔쩔매는 기업들은 영원히 2류를 벗어날 수 없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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